5일 12시간 동안 국민투표 실시..."운명은 내 손에" 긴장한 유권자들...복잡하고 불공정한 투표 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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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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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에 사용된 투표용지.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오(OXI)'가 '예(NAI)'보다 위에 배치돼 있다. 치프라스 정부가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유도하기 위해 이렇게 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마침내 일요일인 5일(현지시간) 그리스 전역 투표소 1만9159곳에서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12시간 동안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찬반 양론이 극심하게 엇갈려 혼란스러운 일주일을 보낸 뒤였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초·중·고교나 대학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했다. 이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스의 앞날이 자신의 한 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대개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정부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기차와 버스, 국내선 항공편 운임을 할인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그리스인은 귀국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상당수가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라고 독려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아테네 661번가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그는 투표를 마친 뒤 "아무도 우리 운명을 대신 결정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치과의사 니콜라스 아르기로풀로스는 투표를 마친 뒤 현지 언론에 “사람들이 바른 결정(찬성)을 하길 바란다”며 “불안정한 상황이 9월이나 10월까지 계속된다면 거리는 피로 물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여름이라 괜찮지만 날씨가 추워져 난방기구를 쓰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반 양진영으로 갈려 극심한 여론 분열 양상을 보였다. 아테네 경기장에서는 반대파가, 불과 700여m 떨어진 국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는 찬성파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4일 “그리스가 채권단의 조건을 거부할 경우 신규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전력 공급도 끊길 것이며 생필품도 수입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 유권자를 굴복시키려고 겁을 주고 있다”며 “이는 테러와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국민투표 용지에는 “6월 25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안한 협상안을 받아들이겠는가”라는 내용이 인쇄돼 있다. 영문으로 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그리스어로 변역해놨다. 일각에서는 질문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답변란에 채권단 개혁안에 반대한다 뜻의 그리스어 ‘오히(OXI·아니다)'가 개혁안 찬성이라는 의미의 ’네(NAI·그렇다)'보다 위에 적혀 있는 점을 들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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