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재상정·유승민 사퇴 D-데이, 친박 vs 비박 갈등 ‘분수령’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再議)가 예정된 6일은 여권 내홍에 따른 ‘유승민 정국’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간 계파갈등이 한때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을 일으켰다가 소강 국면인 가운데,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재의결 또는 폐기 시점인 이날이 사실상 양측 모두에게 ‘결전의 날’이기 때문이다.

앞서 당내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을 매듭 짓는 이날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반면 비박계는 물러설 이유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양 진영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유승민 거취에 대한 공개 공방을 삼가면서도 계파별 별도모임을 갖고 향후 집단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일촉즉발의 전운을 감돌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再議)가 예정된 6일은 여권 내홍에 따른 ‘유승민 정국’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일단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늦어도 6~7일을 ‘사퇴시한’으로 정하고 집단대응을 논의하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유 원내대표가 이때까지 물러나거나 물러나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으면 곧바로 그의 사퇴를 묻을 의원총회를 소집할 태세다. 

친박계는 의총 소집을 위해 수십 명을 ‘우군’으로 확보, 의총 소집 서명을 완료했다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 표결까지 가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간 유 원내대표 사퇴에 부정적이던 비박계 의원들 중 적잖은 수가 계속된 당 내홍을 지켜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퇴 불가피론’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친박계는 당내 물밑 여론전을 펼치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충청권, 초선 의원 등 지역별·선수별로 입장표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충청권 의원은 “지난주 모여 의견을 나눈 데 이어 당 내홍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비박계 재선 20명 의원들이 ‘유승민 사퇴 불가’ 성명에 맞서는 격이다.

비박계 의원들도 이에 맞서 6일 본회의 직전 별도 회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친박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가 6~7일 사퇴의사를 밝히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까지만 ‘시한부 원내사령탑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정면 대응 전선을 형성할 기세다.

이는 비단 이번 사태가 유 원내대표가 사퇴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친박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6일 데드라인’ 통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7월 임시국회 운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상당수 비박계 의원들은 이 같은 유 원내대표의 정면 돌파에 최대한 힘을 보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취 판단은 유 원내대표 자신의 몫이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비박계 재선 의원은 “정부가 추경 편성안을 내놨는데 여야 협상을 주도할 원내대표를 공백 상태로 두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유승민 사퇴 불가론을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지역구인 대구에 머무른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경,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은 표결을 하지 않기로 한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결론 난대로 할 것”이라며 표결 불가 방침을 재차 분명히 했다.

다만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그 문제는 답변 드리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이 자신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의총 소집 추진에 대해선 “소집요구서가 정당하게 오면 여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