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유행만 있고 창의성은 없는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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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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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패션업계는 냉정합니다. 진보(進步)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陳腐)한 디자인은 외면 받습니다."

몇 년 전 국내 최고 디자이너를 뽑는 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심사를 앞두고 MC가 한 말이다.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한 디자이너들은 이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만의 색깔 짙은 옷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금 한국의 패션을 이끌고 있다. 시즌1 우승자인 이명신 디자이너는 로우 클래식을 론칭해 2011년부터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KYE를 이끌고 있는 계한희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패션 대기업들은 이들과 달리 '진보한 디자인' 없이 '진부한 디자인' 제품만 내놓고 있다. 자사의 독창적인 색깔을 외면하고, 일시적 유행에 편승하고 있다.

래시가드는 원래 워터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위해 출시됐다. 스포츠 기능복인 만큼 스포츠웨어 업계를 중심으로 생산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래시가드 열풍이 뜨겁자 아웃도어·운동화·여성복 업계 등 관련 없는 업체까지 시장에 진출했다.

스트랩샌들도 마찬가지다. 얇은 끈으로 발등을 처리한 스포츠 스타일의 스트랩샌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업체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했다. 브랜드 로고를 가린 채 제품을 본다면 어느 업체 샌들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다. 새로운 사업 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일 뿐이다"라는 관련 업계의 변명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유행에 편승하는 모습은 한국 패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탄탄한 자본력과 훌륭한 인재를 갖춘 기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유행 쫓기에만 바쁘다. 대세에 편승하기 위해 태어난 제품은 소비자의 순간적인 이목을 끌더라도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 때문에 소모품에 불과하다.

한번 유행이 시작되면 색상부터 소재, 장식까지 비슷한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결국에는 획일화된 디자인만 남게 되는 국내 패션업계.

앞으로는 어떻게 더 많은 제품을 팔지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갖고 있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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