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이에 따른 예탁원의 지분 축소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와 상장 및 비상장사를 아우르는 예탁원은 업무영역이 다른 만큼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서라도 분리되는 게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2일 금융당국은 2015년에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공개(IPO)를 하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거래소 산하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거래소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서는 기타공공기관인 예탁원에 대해 상장 이후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 70.41%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도 4.63%를 갖고 있다.
거래소가 내놓게 되는 이 지분은 예탁결제서비스 이용자인 증권사 등 금융회사 등에 매각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 사장은 이 방안에 대해 "기관 이기주의가 아닌 주주 및 이용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안으로 진행돼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펀드시스템을 운용하는 기관의 대주주가 보험회사로 바뀔 경우 자연스레 보험서비스를 강화하게 되는 것처럼 다른 업무 영업을 하고 있는 특정 회사가 대주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거래소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장내시장을 담당하고 있다면 예탁원은 장내외시장을 어우르고 있어 특정 부문에 대한 입김이 들어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우려에서 예탁원의 거래소로부터의 독립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추진돼 왔다. 2003년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 협의했지만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예탁원이 비상장로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환급성은 떨어지지만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어 거래소가 쉬이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2014년 기준 예탁원의 배당성향은 40%(주당 1930원)로 증권 유관기관 가운데 가장 높다.
유 사장은 예탁원은 상장 이후 거래소로부터의 독립을 이룬 다음 미국의 예탁결제회사인 DTCC와 유럽의 유로클리어 등을 목표로 삼아 혁신해 나아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예탁원의 분리로 선진국 증권시장과 같이 매매 체결을 담당하는 프론트오피스 기능을 하는 거래소와 예탁결제 업무인 백오피스 기능을 담당하는 예탁원으로 나눠져 양 날개로 나는 시장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거래소가 내놓게 되는 예탁원 지분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 자본시장법 406조에서는 거래소의 지분을 회원사가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특정 증권사나 운용사가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구체적 내용은 추후 정해질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거래소의 상장 이후 이뤄지는 예탁원 지분 축소에 대해서는 상장 전이든, 후이든 선후 문제가 아닌 실천에 따른 집행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지 나중에 이뤄지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예탁원의 높은 배당에 대해 유 사장은 "그간 환급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고배당 정책은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도리였으나 환급성이 높아지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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