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3년째 국회에서 잠자는 관광진흥법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이 관광업은 침체를 거듭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관광시즌으로 불리는 2분기를 놓친 관광업계는 시장에 직접효과가 없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진흥법은 ‘학교 앞 호텔법’으로 불린다. 야당에서 대기업 특혜라며 완강히 반대하는 경제법안 중 하나다. 정부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지난 2012년 10월 국회에 상정 후 지금까지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7월 임시 국회에서도 관광진흥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정말 더 필요한 것인지,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는 아닌지부터 먼저 토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시점에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많다. 업계는 오히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관광진흥법 보다 설득력 있는 정책이 마련된 후 '학교 앞 호텔건립'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관광진흥법은 숙소에 국한 돼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숙소보다는 관광산업 자체의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며 "오히려 유커 유치 방안이나 코리안세일 등 국가적인 관광 육성 홍보 등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관광산업은 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을 겪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체 149곳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분기 업황지수는 14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작년동기 53보다 39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 역시 메르스를 계기로 썰물같이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가 긴급하게 유커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유커 발길이 뚝 끊긴 명동은 한산하다. 일본과 관광 유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관광업계 사정이 이렇게 절실하지만 정부는 고집스럽게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는 3년전 정부가 내놓은 관광진흥법이 한 몫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에 매몰돼 정부가 관광업이 죽어가는 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가 관광업에 무관심한 사이 유커의 천국으로 불리는 제주도는 메르스로 치명타를 입었다. 제주도가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하더라도 이번 사태가 3개월간 지속한다면 관광산업 부분에 최소 1271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도가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할 경우 3개월 동안 연간누적 관광객수 대비 128만명이 감소하고 경제적 손실은 1271억원에 달하며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 관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광산업 관련 모든 지수의 상승 기대치가 낮다는 것도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3분기에도 호텔업과 여행업종을 중심으로 관광업계는 메르스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관광업계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세금 납부유예 등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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