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치프라스는 왜 고통 분담을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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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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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원한 결과였다. 그리스 국민은 지난 5일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경제 개혁안을 거부했다.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는 대신 임금과 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안의 골자였다. ‘반대’ 표에 따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그리스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치프라스 총리가 들고 나온 국민투표라는 카드에 대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분노할 것이란 사실을. 구제금융 협상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강국인 독일이 등을 돌리면 자금 지원은 물 건너갈 것이란 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긴축의 고통을 감내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교묘하게 파고든 게 치프라스 총리다. 그리스인은 지난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6년 동안 긴축의 고통에 시달려왔다.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 노동인구의 26%(130만명)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임금은 2009년 수준에서 38% 떨어졌고 연금은 45% 삭감됐다. 긴축을 밀어붙인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국민의 미움을 샀다.

치프라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총선을 통해 긴축정책 철폐를 내걸고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를 끌어내렸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데 노련한 그는 이번엔 긴축안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승부수로 들고 나왔다. 국가부도 위기에도 무책임한 포퓰리즘를 앞세워 정권 연장을 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스는 당장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채무 35억 유로를 갚지 못하면 유일한 돈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기게 된다. 이는 시중 은행과 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초래해 디폴트와 그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부를 수 있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었는데 경제 강대국들을 상대로 협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치프라스는 협상력 제고 약속 뿐 아니라 고통 분담에 국민이 함께 나서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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