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경민(44)은 "이 만큼 하면 됐지"하는 생각도 있지만 나의 행복한 작품을 전 세계인에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확고부동했다.
8일부터 여는 전시는 2011년 개인전 이후 4년만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그동안 다양한 아트페어에 선보인 탓도 있지만, 작가의 작품은 서울등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친밀감을 선사하기 때문.
서울 연합뉴스 사옥 입구에 세워진 기자를 상징한 조각작품에 이어, 여수해양엑스포 국제관 상징조형물, 부산은행 앞, 상암MBC방송국, 강남 테헤란로 k타워, 강남 로데오 입구등에서 활기참을 선사한다. 무겁고 육중한 공공미술시장을 경쾌하게 혁신한다.
지난해에는 해외 도심 거리에도 진출했다. 싱가포르 시외버스터미널 베독몰, 중국 청두 하버시티몰, 홍콩 하버시티, 홍콩 국제 자전거경륜장에 우뚝 서 K-아트 조각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해외 조형물 설치로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도 러브콜이 한창이다. 오는 11월 대만 전시에 이어 내년에 중국 상해에서 개인전이 잡혀있다.
김경민의 조각은 '21세기 현대'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바쁜 일상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맞벌이 젊은 부부의 모습과 자건거를 타고 나들이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전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다소 과장된 캐릭터로 익살스럽다. 내숭을 떨거나, 우아한 척 하지 않는다.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고, 옆도 안돌아 볼 정도로 도도하며, 넥타이가 휘날릴 정도로 ‘바쁨’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면, 뒷면, 측면에서 봐도 유쾌하고 발랄해 삭막한 도시에, 현대인에 잃어버린 웃음을 돌려준다. 도심 공공 미술작품으로 인기있는 이유다.
가족이라는 큰 틀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주변의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그림일기 쓰듯, 친숙하고 편안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가족에 살고 가족에 죽는' 작가는 여성 조각가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살다가 "생활속 장면을 보면서 저걸 작업으로 만들어 볼까”라는 반짝 생각이 힘이 됐다. 특히 같은 조각가인 남편(권치규)의 잦은 전시에 질투아닌 질투를 느껴 ‘보란 듯이 시작한 작업이었다.
작품은 작가가 실제 생활하는 모습이다. 젊은 부부와 세 아이, 애완견 등은 바로 작가 가족들이다. 아이를 목마 태운 아빠, 경쾌한 발걸음으로 강아지와 외출에 나선 엄마,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가족 등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냅 사진’처럼, '만화처럼' 담아낸 것.
지금은 청동이나 대리석등 묵직하고 개념있는 조각보다 사랑받지만 작품을 처음 선보였을땐 "이게 조각이냐, 장난감"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불과 10년전의 일이다. 작가는 1996년 제7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작품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업(up)된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작품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다.
"행복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 소리를 하자, 작가는"즐겁게 작업하다보니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심각하고 무겁게 살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해 주고 싶어요"
작업실과 집이 한데 붙은 곳에서 작가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라는 멀티플레어지만 작업은 틈틈히 하루종일 이어진다. "하루를 일기쓰듯, 스케치하듯 메모하는 게 작품으로 나오니까, 작업은 큰 부담없이 하고 있어요."
아트스페이스H 4층 전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김경민의 '행복한 조각' 40여점이 나왔다. 가볍고 경쾌한 세련미를 풍기는 작품은 핑크 블루 초록등 알록달록 색감도 한몫하지만, 버들가지처럼 유연한 '선의 미학'에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요?… 평면 회화를 해보고 싶어요. 작업을 하기전 스케치를 해왔기때문에 드로잉 양이 상당한데, 이게 회화로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번 전시에는 10여년전부터 스케치해온 골프채가 활처럼 휘어진 '골프치는 남자'도 소개된다. 전시는 30일까지. 02-76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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