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등용 기자]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엄마, 난 이제 가야해. 갈 시간이야”
“엄마가 잘못했다. 이러지마 제시”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연극 ‘잘자요, 엄마’가 7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 자리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이날 공연은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나문희와 염혜란이 각각 델마와 제시를 연기했고, 두 번째 파트에서는 김용림과 이지하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나문희와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유한 염혜란의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특히, 나문희는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간간히 코믹적인 요소를 포함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베테랑 연기자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잘자요 엄마’의 극적인 순간이 절정에 달한 때는 두 번째 파트였다. 두 번째 파트에서 델마 역을 맡은 김용림은 제시 이지하의 손을 붙잡고 절규하듯 애원했다. 눈물과 떨림으로 제시의 동정심에 호소했지만, 제시는 끝내 델마의 손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몇 분 뒤 정적속에서 총소리가 난다. 델마가 현실을 직시한 듯 수화기를 들며 극은 막을 내린다.
‘잘자요 엄마’는 자살을 앞둔 딸과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엄마의 안타까운 심경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모녀 관계라는 가까운 사이에서도 느낄 수 없을지 모르는 마음 깊은 곳을 조명해 관객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이 공연은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1983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초연을 올린 작품이며, 박정자, 손숙, 윤석화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이다. 공연은 8월 16일까지 이어진다. 만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90분. R석 5만5000원 S석 4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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