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구조 구급 등 긴급 출동 시에 모든 소방관들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출동 중 안전사고 없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여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말이다.
현장 출동 중 소방차량 안에서 도로 위의 차량과 보행자들을 보면 가끔 아찔한 경우가 있다.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이 있는 가하면 소방차 뒤에서 바짝 붙어 운행하는 차량도 있다.
하지만 소방차 길 터주기 등 시민의 인식 변화로 요즘은 종종 “OO터널 모세의 기적” 등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훈훈한 뉴스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여유롭게 걷는 경우도 또 초록 신호가 깜빡 깜빡거릴 때 급하게 건너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을 만날 때면 소방차 안 소방대원들은 혹여 보행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안절부절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살피게 된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1년간 유학을 할 때 있었던 얘기다.
올 초 캐나다에서 겪은 창피한 경험이 있다. 어느 아침 등교 중이던 나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서른 명 정도의 대학생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는 한산한 편이었고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구급차가 콩알만 한 크기로 보일 때 초록색으로 보행신호가 바뀌었다.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서른 명 중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던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른 다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약 10초 후 구급차가 지나가자 다른 학생들은 서서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직업이 소방관이었기에 그 횡단보도를 건너며 붉어진 얼굴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복직 후 화재 출동을 나가며 횡단보도 위의 시민들을 보면 그 날 아침을 떠올리게 된다. 소방차량도 일반차량도 보행자도 모두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초록색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출동 중인 소방차량을 만나면 잠시 건너길 멈추고 소방차를 먼저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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