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낮은 복지·높은 임금·낮은 세금'
영국 보수당이 1996년 이후 19년 만에 단독으로 의회에 제출한 2015년 예산안의 골자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번 예산에 대해 “경제안보를 제1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오스본 장관은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복지 비용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발표하며 “그리스에서 전개되는 위기 상황을 보라”면서 “국가가 빚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빚이 국가를 통제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오스본 장관은 “2020년까지 복지 지출 120억파운드(약 21조200억원)를 삭감하겠다”며 “복지 지출 삭감뿐만 아니라 탈세 근절, 정부 부처 예산 축소 등을 통해 총 370억파운드(약 64조5500억원)를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예산에서 복지지출 예산은 약 30%를 차지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그간 ‘1·4·7’을 언급하며 복지 축소 계획을 밝혀왔다. 그는 “영국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전 세계의 1%와 4%를 차지하는데 영국의 복지 지출은 전 세계 복지지출의 7%를 차지한다”며 영국이 ‘복지 과잉’ 상태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22일 연설에서 “‘낮은 임금·높은 세금·높은 복지’ 사회에서 ‘높은 임금·낮은 세금·낮은 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번 돈을 세금으로 내고 정부가 다시 이 돈을 이들에게 더 많은 복지와 함께 돌려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를 끝내겠다”고 설파했다.
앞서 보수당은 지난 5월 총선 기간에 “정부 부처별 지출을 총 300억파운드(약 51조원)의 예산을 절감해 2018~2019 회계연도에 재정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성공하면 18년 만의 재정 흑자다.
오스본 장관은 복지 삭감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임금제 도입안도 발표했다. 오스본 장관은 “내년 4월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25세 이상 근로자의 생활임금(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시간당 7.7파운드(1만2590원)에 맞추고 2020년까지 9파운드(1만5740원)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최저임금은 21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간당 6.5파운드(1만1360원)다.
오스본 장관은 또 “내년부터 소득세 면제를 받는 최저 연봉의 상한선을 1만1000파운드로 높였으며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2017년 19%, 2020년 18%로 단계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공약에서 “앞으로 5년간 증세는 없다”고 못 박아 재정 흑자에 도달하려면 ‘적게 걷고 적게 쓰는’ 것 이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가난한 자들을 착취해 가진 자들을 배불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보수당은 영국 경제가 올해 2.4%, 내년에는 2.3%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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