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홍성환 기자 =핀테크 성공 조건으로 업종간 경계 허물기가 첫 손에 꼽히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핀테크사업 성공의 7가지 키워드 중에서 '업권간 경계 개척'을 가장 먼저 제시할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산업에 금융권과 IT산업 등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기존 서비스 접목 등에 대한 구상이 중요해졌다. 또 업종간 경계 허물기로 결제, 입·출금 등의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의 출시가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업종간 경계 허물기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과감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금융권에 만연한 보신주의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은행들의 투자 실패가 은행 내부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경영진 징계 등 외부의 간섭으로 이어지는 관행이 핀테크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하반기 은행 혁신성평가에 핀테크 투자 및 여신 지원에 대한 항목이 신설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기술금융에서도 나타났듯 실제 기술금융이 아닌 기존 중소기업대출을 기술금융으로 둔갑시키는 편법이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핀테크 지원에서도 단순 실적에 치중하는 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위기의 한국금융,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정책심포지엄에서 “핀테크 시대를 맞아 정부는 선수나 코치 역할을 중단하고 제도 디자인과 심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며 “민간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금융 보신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같은 업계에서도 서로 다른 플랫폼 경쟁으로 경계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카드업계에 나눠진 앱카드 진영과 유심형 카드 진영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NH농협카드 등이 ‘앱카드’ 진영을 이루고 있고 하나SK·BC카드 등이 모바일 유심형 카드 진영을 구성하고 있다.
두 진영은 최근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 지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보급되는 단말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적용 여부를 두고 힘겨루기를 했다. 같은 모바일 카드사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다른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협업 대신 경계의 장벽을 두른 것이다.
카드업계는 이같은 장벽은 어느 한 쪽의 타격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경계 허물기는 중요하지만 지금은 어느 한 쪽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타격을 입은 진영은 서둘러 주도권을 쥔 곳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