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말을 그려도, 사람을 그려도, 이재삼은 이재삼이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그 빛, '달빛'에 매혹한 그에게 모든 것은 검어졌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 폭포도 달빛의 실체를 드러내기위한 배경일 뿐이다. 그래서 '거메지고 거메져서 오직 검을 뿐이니 먹먹하다.'
작가는 "그 어둠, 그 여백,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비경이 있다. 달의 빛, 달의 소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 그 고유한 형상의 바깥(너머)이 만들어 내는 빈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은 마법을 부린다. '저 너머'라는 제목처럼 우리를 기이한 세계로 이끌어가는 풍경이다.
비법은 목탄에 있다. 그는 목탄으로, 목탄화가로 유명해졌다. '태워서 가루가 되었거나 사리가 된 것들로 탄생하는 회화'에 대해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그러므로 ‘저 너머’에서 건너 온 생(生)의 씨앗"이라고 평한다.
작가는 "목탄을 그냥 드로잉 재료가 아니라 검묵"이라 칭한다. "그 자체로 먹"이라는 얘기다.
목탄화가 이재삼의 개인전이 오는 14일부터 서울 역삼동 갤러리두인에서 열린다.
'달빛 아리랑, 이재삼'을 타이틀로 단 이 전시는 갤러리 두인이 연례기획전'으로 마련한 '뜻으로 본 한국미술'의 첫 전시다. 한국미술에 나타난 ‘한국성’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나무(2점), 대나무(1점), 매화(2점), 자화상(1점), 말(馬, 1점), 물안개(1점) 그림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를 비롯해 작품에 대한 ‘뜻의 인문적 해석’ 강연도 열린다. 02-567-1212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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