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저금리와 주택담보 대출이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이 ‘억제’보다 ‘완화’에 중점을 둔 것도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DI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참석한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못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미 전체 규모가 1100조원을 넘어선 한국 가계부채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초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가계부채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시적 완화일 뿐 현재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막연하게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문영배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가계부채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체적 부채 관리에 나섰지만 정부 정책과 시장 환경이 사실상 제대로 구성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금융시장 통제 문제를 복지와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 소장은 이어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분활상환을 도입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럴해저드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택시장과 상관관계도 가계부채 상승 요인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2%대로 떨어진 가운데 주택거래가 늘면서 가계부채 급증세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이하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594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낮은 금리 수준과 실수요 중심 주택거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컸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7대 은행의 6월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5월보다 9조원 넘게 늘며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견상으로는 줄었지만 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매각한 점을 반영한 실질 증가액은 9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월 증가폭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들 7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0년 6월 232조3271억원에서 5년 만인 지난달(321조439억원) 약 100조원(43.0%) 증가했다.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까지 포함한다면 120조원(51.7%)가량 늘었다.
에스거 라우 앤더슨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교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금융부채비율(LTI) 상한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대출한도 뿐만 아니라 유형도 중요하다”며 “과다부채를 피하려면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앤더슨 교수는 이어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부채탕감 프로그램은 부채 규모를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부채탕감 프로그램은 사회적 툴로 사용은 가능하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왜 늘어나는지 근본적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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