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이 유리한 타협을 위한 전술이었다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유로존의 파국을 막았다는 시각에서 보면 메르켈은 다시 한 번 '노회한 유럽의 여제'로서 선방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지원 찬성파로부터는 그리스를 너무 가혹하게 다룬다는 야유가 이어졌고, 이제는 반대파로부터 또 다시 그리스의 페이스에 말렸다는 비아냥을 듣게 생겼다.
여기에 유럽 주류의 지지를 받는 유로존 결속과 유럽 통합 심화라는 관점에서 한시적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퇴출)까지 건드린 그가 협상용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지나친 줄타기를 했다는 비판까지 겹친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스가 국민투표로 기세를 올릴 때부터 독일의 진보 언론들이 앞서 다룬 것처럼 단기적으로 메르켈은 이미 패배했고, 정치적으로 크게 상처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시작된 2009년 이래로 메르켈은 구제금융 결정에 앞서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지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매번 쌍두마차 프랑스 등의 양보 요구에 이끌려 못 이기는 척 타협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르켈은 그리스와 함께하는 유로존을 구하되, 원칙있는 타협으로 유로존의 질서를 정돈하고 원심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한시적 그렉시트가 카드로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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