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습격이 초래한 '멘붕' 중 하나는 유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었다. 관광업계는 물론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발을 동동 굴렀다. 중국어가 가득했던 명동 거리도 한산했다. 글로벌 시장의 '큰 손'이 된 중국인의 위상을 재확인시켜준 아픈 경험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인이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나라도 '유커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가 하면 중국 현지 시장 진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나 엔저 등 시장 변수는 많고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제품은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시들하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중국인은 "중국인들은 품질이 우수한 화장품, 유아용품 등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면서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짝퉁(가짜)일 수 있다'거나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소비를 막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직구는 어떨까. 해외직구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현지 제품을 클릭만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고 메르스같은 돌발 변수에도 타격을 받지않는 쇼핑 스타일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해외직구족, 하이타오족(海淘族)이 오는 2020년 2억명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인터넷플러스(+)' 전략을 내걸고 각 산업의 스마트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완다(萬達)그룹 등도 O2O(온·오프라인 통합)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시장의 온라인화, 글로벌 쇼핑 시장의 온라인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발걸음은 더디다. 중국인 등 해외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한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역(逆)직구'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결제 및 배송시스템 구축 등이 넘기 힘든 장애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괜찮으니 괜찮아"식으로 방심하다간 손 안에 쥔 보물마저도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 메르스가 남겨준 또 다른 교훈을 잊지 말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