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브리티시오픈과 세인트 앤드루스GC, 그리고 골프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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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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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번홀 ‘로드 벙커’에 소형 카메라 설치해 벙커샷 장면 생생히 포착…항아리 벙커·담장 아래에 멈춘 볼 처리 주의깊게 볼만…7개 ‘더블 그린’에서는 다른 홀 컵을 수리지로 간주

 

세인트 앤드루스GC 그린앞 왼편에 버티고 있는 '로드 벙커'.                            [사진=T&A 홈페이지]




남자골프 시즌 셋째 메이저대회 제144회 브리티시오픈의 개최지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다.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 독특한 코스 조건, 날씨 등의 변수로 인해 이 곳에선 해프닝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골프규칙과 관련한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면 관전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R&A 홈페이지에서는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 나올 수 있는 골프규칙 관련 사항을 정리했다. 요약한다.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 17번홀의 '로드 벙커'로 인해 유명해진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                                             [사진=JGTO 홈페이지]




▲벙커

비교적 평이한 벙커가 아니라, 골퍼 키 높이만큼 깊게 파인 항아리 벙커의 본고장이 바로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다. 이곳엔 항아리 벙커가 110개나 있다.

항아리 벙커는 입구(티잉그라운드쪽)는 비교적 밋밋하지만 출구(그린쪽)는 절벽처럼 수직으로 돼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볼이 항아리벙커에 들어가면 높은 벽을 넘겨야 한다. 더욱 드라이버샷이 굴러 항아리벙커에 들어가 뒤쪽 턱밑에 멈추면 세계적 선수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옆으로 탈출하거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14번홀(파5)의 ‘지옥 벙커’, 17번홀(파4) 그린앞의 ‘로드 벙커’가 유명하다.

1978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때의 일. 토미 나카지마(일본)는 그날 4언더파를 치며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17번홀에서 그린을 노린 어프로치샷이 그린 앞부분에 잘 올라갔다.  깃대는 그린 왼편 뒤쪽에 꽂혔었다.  그가 퍼트한 볼이 홀을 향해 가는듯 하더니 그린 경사를 타고 로드 벙커로 굴러 들어가버렸다. 거기에서 사단이 발생했다. 벙커를 탈출하는데 4타가 소요됐다. 첫번째 벙커샷은 높은 턱을 맞고 다시 벙커에 멈췄고 두 번째 벙커샷도 탈출에 실패했다. 세번째 벙커샷은 벙커를 벗어나는가 싶었으나, 그것도 잠시, 벙커로 되굴러들어갔다. 네 번째 벙커샷을 그린에 올려 홀까지 3m 거리를 남겼으나 그 퍼트도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7온2퍼트로 5오버파(퀸튜플 보기) 9타를 치고 말았다. 그의 메이저대회 우승꿈은 날아가버렸다.

올해 로드 벙커 벽면에는 소형 TV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이 벙커에서 샷을 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잡기 위한 의도다. R&A는 “이 카메라는 코스와 불가분의 구조물이다. 따라서 볼이 카메라 옆에 있거나 스윙에 방해가 되어도 구제받을 수 없는 로컬룰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톰 왓슨이 1984년 브리티시오픈 최종일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 17번홀 그린 뒤 돌담 아래에 멈춘 볼을 치려하고 있다.                  [사진=R&A 홈페이지]



▲OB

1,16,17,18번홀에 OB가 있다. 코스밖임을 나타내기 위해 정한 것이다.

1991년 로열 버크데일GC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이안 베이커 핀치는 1995년 세인트 앤드루스GC에서 다시한번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1번홀(파4)부터 OB를 내고 말았다. 당시 그는 마지막으로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아놀드 파머(미국)와 함께 플레이했다. 첫 홀에서 드라이버샷이 악성 훅이 되며 인접한 18번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OB로 날아갔다. 1번홀 페어웨이 폭은 100야드다. 세계 골프코스 가운데 이만한 페어웨이 폭을 지닌 곳도 드물다. 그의 볼은 옆으로 180야드정도 빗나가 OB가 된 것이다.

17번홀 그린 뒤편 돌담을 벗어나면 역시 OB다. 이 홀에서는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오버할 경우 카트도로를 넘어 돌담 근처에 머무르곤 한다. 로컬룰로 볼이 돌담을 넘어가야 OB다. 볼이 돌담 위에 멈추거나 돌담 아래에 머무를 경우 OB가 아니다.

1984년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일 톰 왓슨(미국)과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우승다툼을 벌였다. 16번홀까지 둘은 공동 선두였다. 17번홀에서 왓슨의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넘어 돌담 바로 앞에 멈췄다. 오른손잡이인 그가 스윙하는데 돌담이 방해가 됐다. 왓슨은 그 홀에서 보기로 홀아웃했다. 18번홀(파4)에서 바예스테로스가 버디를 잡으면서 왓슨의 대회 3회 연속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2010년 대회에서는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의 볼이 돌담 아래에 멈췄다. 역시 오른손잡이인 그가 그린을 향해 스윙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히메네스는 그린을 등진 상태로 스탠스를 취한 후 돌담을 향해 볼을 쳤다. 볼은 돌담에 바운스된 후 그린을 향했다. 기막힌 상상력이었다. 히메네스는 “언플레이어블 볼을 하려고 해도 드롭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미겔 앙헬 히메네스가 2010년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 17번홀에서 그린 반대편의 돌담을 향해 샷을 하고 있다. 볼은 바운스돼 그린을 향했다.
                                  [사진=R&A 홈페이지]




▲더블 그린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는 전형적인 ‘아웃-인’ 코스다. 전반 나인은 쭉 나갔다가 후반 나인은 되돌아오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전반과 후반에 마주치는 홀들이 있다. 그래서 한 그린을 두 홀이 공유하는 ‘더블 그린’이 일곱 개나 된다. 2-16번, 3-15번, 4-14번, 5-13번, 6-12번, 7-11번, 8-10번홀이 그렇다. 예컨대 2번홀과 16번홀 그린이 한 곳이라는 얘기다. 더블 그린을 쓰는 두 홀의 숫자를 합하면 모두 ‘18’인 것도 특이하다.

그러다 보니 그린이 엄청나게 크다. 어떤 더블 그린에서는 볼에서 홀까지 50야드 거리가 되기도 한다. 더욱 그 사이에 언듈레이션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린에서 웨지로 쳐도 상관없다.

더블 그린에서 볼을 그린에 올릴 경우 ‘다른 퍼팅 그린’(규칙 25-3)에 올라간 것이 아니므로 그대로 플레이를 속개하면 된다.

다만, 한 그린에 깃대가 두 개 꽂혀 있는 상황에서는 몇몇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번홀 그린에서 플레이하고 있는데, 15번홀 그린의 깃대나 홀이 방해가 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퍼트 라인상에 다른 홀 컵이 개재될 경우 그 컵을 수리지로 간주해 구제받으면 된다. 또 다른 홀 깃대(움직일 수 있는 표시물)가 방해가 될 경우엔 홀에서 빼고 치면 된다. 더블 그린에서 퍼트한 볼이 다른 홀 깃대를 맞혀도 벌타는 없다.


▲워터해저드와 바람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엔 한 곳의 워터해저드만 있다. 1번과 18번홀을 가로지르는 ‘스윌컨 개울’이 그 곳이다. 이 개울은 워터해저드와 래터럴워터해저드 표시가 함께 돼있다. 따라서 볼이 해저드 경계선을 최후로 넘어간 지점을 기준으로 해저드 처리 절차를 따르면 된다.

2010년 대회 때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가 1번홀에서 그린앞 워터해저드에 볼을 빠뜨려 해저드 처리를 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노타 비게이(미국)는 그해 대회 때 17번홀 어프로치샷이 길어 이 개울에 빠졌다. 샷을 강행하다가 3타를 잃고 말았다.

링크스코스엔 바람이 수시로, 강하게 분다. 2010년 대회 2라운드에서는 그린에 놓인 볼이 바람에 움직일 정도로 강풍이 불어닥쳤다. 당시엔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이면 선수들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그러나 2012년 규칙이 완화됐다. 어드레스 후라도 볼을 움직인 원인 제공을 선수가 안했다는 것이 확실할 경우엔 선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되지 않는다<규칙 18-2b>.

그래도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데다, 어드레스 후에는 볼 움직임을 조심해야 하므로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겠다.


 

세인트 앤드루스GC 14번홀의 '지옥 벙커'. 2013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연습라운드 때 박인비(왼쪽)와 유소연이 이 벙커에 들어가 높이를 재보고 있다.                                                                                                            [사진=J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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