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주친화 정착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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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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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 증권부 기자.]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친화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길 일이지만, 씁쓸한 뒷맛도 없지 않다. 그동안 배당 확대를 비롯한 주주 요구를 도외시한 삼성이 외국계 헤지펀드 공격으로 수세에 몰려서야 이를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합병 이후 외부 전문가 3명을 현재 3명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외부 전문가 가운데 1명은 주요주주 추천을 받는다. 주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은 2014년 21%에 불과했던 배당성향도 202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처럼 삼성이 주주친화적으로 돌아선 데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합병에 대해 반대하며 소송, 여론전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른 해외 헤지펀드와 연대에 나서면서 합병 성사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삼성이 TV 광고까지 하며 소액주주 끌어안기에 나선 이유다.

국내 상장사는 주주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우리 증시에서 평균 배당수익률은 1.1%로, 주요20국(G20) 평균(2.8%)을 한참 밑돈다. 순위로도 꼴찌다. 신흥국인 브라질이나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배당성향에서도 우리 증시 시총 2위인 현대차가 2013년 10.3%를 기록했다. 이는 55%를 넘긴 중국 상하이자동차, 20~30% 수준인 독일 폭스바겐과 BMW에 크게 뒤처진다.

엘리엇이 단기차익만 얻고 빠져나가는 벌처펀드, 즉 먹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우리 증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하기 어렵다. 엘리엇은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을 상대로 주주친화라는 '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차제에 주주친화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엘리엇 사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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