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싸이코 패스만 사람 죽이나? 평범한 인간의 ‘살인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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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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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살인재능'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사람 죽이는 거 하나는 타고난 거 같아. 마치 재능 같은 거지.”

8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민수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수진에게 버림받는다. “오빠 다리 한쪽이 잘려도 같이 살 수 있지만, 돈이 없는 오빠랑은 진짜 같이 못 산다”는 여자친구를 되찾기 위해 낮에는 닭꼬치 공장에서,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대리운전을 하던 중 맞닥뜨린 예 상사의 멸시에 홧김에 살인을 저지른 그는 자신도 몰랐던 ‘살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대리운전 손님을 죽인 후 그 차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한 민수는 점차 살인과 쾌락에 중독된 악마가 되어 간다.

여름에 개봉하는 ‘살인 재능’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놀랍게도 스릴러가 아니다. 타고난 재능과 자기 계발을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탈락한 평범한 남성이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스릴러보다 더 냉혹한 우리네 현실을 담는다.

카메라는 평범의 정의(定義)였던 남자가 살인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끈덕지게 잡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악행을 부추기는 답답한 현실과 음지에 숨어있는 불법 행위를 들춰낸다. 그의 변화는 개인적인 불운이 아니라 사회가 야기한 것이라 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의 살인 행위에 뜻하지 않은 공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살인 장면은 잔혹하지 않고 깔끔하고 담백하다. 덕분에 우리는 눈 한번 찌푸리지 않고, 그를 살인범으로 만든 잔혹한 현실을 103분 동안 목도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의 변화를 극명하게 연기해낸 배우 김범준은 독종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충격은 꽤 오래 간다.

‘풍산개’로 관객과 평단에 눈도장을 찍은 전재홍 감독이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제작, 각본, 연출, 촬영까지 도맡았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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