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집단 자위권' 관련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듯 했던 중일 관계가 다시 냉랭해졌다.
일본 총리의 '외교책사'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16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책사인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중일 간 첫 고위급 정치대화'를 가졌다.
양 국무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중일관계는 개선되었고 양국의 각 분야 대화교류는 다소 회복되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야치 국장은 "작년에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개선조짐이 나타났다"면서 "일본은 양국 관계가 한층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상호 협력 동반자로 서로 위협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양국의 컨센서스를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중일 양국은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서도 냉랭해진 양국의 분위기를 숨기지는 못했다. 이날은 일본 중의원(하원)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집단자위권 법안을 통과시킨 날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공개한 회담 내용만 보면 양 국무위원은 일본의 집단자위권법안 추진 등 아베 정권의 행보를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양 국무위원은 올해가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본은 역사문제에서 적극적인 신호를 분명하게 나타내는 동시에 민감한 사안들을 적절하게 해결해야 한다"면서 "중일관계 발전에 확실하게 유리한 정책을 제정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평화발전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주변국의 중대한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에 불리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밤 양국의 첫 고위급 정치대화 결과를 요약해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이 신안보법안과 관련해 일본에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별도 발표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됐던 아베 총리의 방중 문제나 차기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본래 야치 국장은 시 주석을 예방하고 아베 총리의 '안부 인사' 등도 직접 전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시 주석은 야치 국장이 베이징에 도착한 날 항공편을 이용해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 등 지린(吉林)성 일대에 있는 북중 변경도시 시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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