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서 시종일관 강경노선을 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금리 인하와 만기 연장 등 그리스의 채무 경감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무 탕감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못박았다.
메르켈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그리스가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채무 경감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BBC,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오직 구제금융 협상의 세부사항이 합의된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국민 1100만명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빨리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면서도 “단일 통화 체제에서 부채 30~40%를 깎는 전통적인 헤어컷(부채 탕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지난 13일에도 “필요하다면 그리스의 부채 탕감 대신 경감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 하루 뒤 그리스 은행은 영업을 재개했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29일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우려로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한 지 3주일 만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6일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일주일간 9억유로(약 1조1000억원) 증액하면서 그리스 은행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루 60유로(약 7만5000원)로 제한했던 인출액 한도는 일주일간 420유로(약 52만5000원)로 상향된다. 다만 국외 은행으로의 송금은 여전히 금지되며 신규 계좌 개설도 할 수 없다. 그리스 아테네 증권 거래소는 계속 문을 닫는다.
한 그리스은행 간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은행 기능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진 못했지만 예금주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리스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주간 자본통제 조치로 그리스가 입은 수출·생산 부문 손해는 총 30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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