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정부가 21일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여러 주주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추가하고 경영 자율성도 최대한 확대키로 했지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매각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의 30∼40%를 우선 매각하고 콜옵션 행사 대비분(2.97%)을 제외한 최대 18.07%의 잔여지분을 다음으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민영화로 우리은행의 가치가 올라가면 나머지 지분을 팔아 최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이날 "매각 여건에 여러 요소가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금 우리은행의 주가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100% 옳은 것도 아니고, 주가가 낮은데 무턱대고 매각하자는 것도 맞지 않다"면서 "민영화 방식을 확정 발표하고 모멘텀을 만들어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지대로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한 주당 1만3500원 수준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주당 8000원대 후반에 머물러 있던 우리은행 주가는 이날 민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일대비 1.23%포인트 오른 9040원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은행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증권, 보험 등 알짜배기 계열사를 전부 매각함에 따라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버거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수요가 없다는 점이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앞서 공자위가 3개월에 걸쳐 시장의 투자수요를 조사했지만 결과는 탐탁지 않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 탓에 경영진 교체 등 주요 의사결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늘상 관치금융의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것도 시장에서는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평가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에만 포커스를 뒀을 뿐 ‘금융산업 발전’은 신경을 안쓰는 데다 매각을 한다고 해도 자율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라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은행만 더 저평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각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공자위원들의 임기는 오는 10월로 끝난다.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는 뜻은 없다는 것이 공자위의 입장이지만 일정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음에 따라 여차하면 우리은행 매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다음달부터 매각의 구체적인 방안과 투자수요 조사결과를 검토하는 회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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