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이동엽(1946-2013)화백의 작품 '사이'연작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전시되고 있다.
상하 혹은 좌우 대칭 구조적 특징과 점진적으로 엷어져 가는 회색 톤의 계조가 '채움'보다는 '비움'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이동엽 화백은 첫 단색화 전시로 일컬어지는 1975년 일본 동경화랑, '한국 다섯 명의 작가, 다섯 개의 흰색 (이동엽, 허황, 서승원, 권영우, 박서보)' 전시에 참여하며 약 50여년 간 백색의 단색화를 꾸준히 제작했다.
평생 흰색과 회색만을 부여안고 산 작가로 알려진 그에게 있어 흰색은 자연이 환원된 색이며, 의식의 여백이자 사고를 담는 그릇이다. 작품은 동양화를 그릴 때 쓰는 넓은 평필을 사용해 흰색 바탕 위에 또 다시 흰색과 회색 선을 정교하게 닦아 나가듯이 붓질을 반복하여 완성됐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 세계는 모든 것을 초월한 무상무념(無想無念)의 세계"라고 평했다. 또한 "채움도 비움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며 지극히 금욕적인 그의 화면과 그의 작품세계는 득공(得功)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동엽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심미적 의미는 심리적 안정과 이를 통한 치유의 효과"라고 밝혔다.
작가는 사후 호평을 받고 있다. 2014년 아트아시아퍼시픽 잡지에서 미술비평가 로버트 라일즈의 '백색 넘어서: 오늘의 단색화 읽기'를 게재하며 주요 작가로 언급해 단색화가들과 함께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학고재갤러리는 "영국 테이트의 '미술용어 사전'은 단색화와 연계한 작가로 이우환, 하종현, 허황, 박서보, 윤형근, 그리고 이동엽을 꼽는다"면서 "이동엽의 작품은 국제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졌지만4, 일찍이 타계한 그에게 동료들처럼 전시 기회는 아직 없었다. 작가 살아생전 개인전을 열었던 학고재에서 또 한 번의 개인전을 통해 재조명의 기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그의 작품은 동경도국립근대미술관 (동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호암미술관 (용인) 등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02-720-1524~6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