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금융거래 시 제출서류 간소화 방침을 두고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업계는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서류 간소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소비자와 분쟁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리하게 서류를 줄일 경우 자칫 소비자 민원 발생 시 증거자료 부족으로 분쟁이 급증하거나 분쟁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금융거래 시 제출서류 등 간소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대출 및 보험 청약 신청 시 평균 10~15회의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회사가 소비자들에게 관행적이거나 민원 발생시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필요한 자필서명과 덧쓰기 항목도 축소하거나 폐지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원칙적으로는 이견이 없지만 앞으로 없어질 불필요한 서류와 남겨질 중요 서류를 판단하는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시시비비를 가릴 증거자료는 결국 각종 서류일 수 밖에 없는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폐지하거나 존치시킬 서류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입장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서류 간소화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어떤 서류를 남기고 또 없앨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판단이 다를 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생각하는 ‘중요한’ 서류의 기준이 일치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류 간소화 작업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금융회사의 거래 안정성이라는 양면을 충족시켜야 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연말까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회사들과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거래시 서류작성 및 서명 이외에 녹취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분쟁조정 또는 법원 판례에서도 ‘녹취’를 입증자료로 인정하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금융국장은 “금융거래 서류만으로는 분쟁 발생 시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책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금융사의 완전판매를 달성하고 합리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녹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녹취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거해야 하는데 입법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문제 등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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