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의 관리방안은 대출자들이 원칙적으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도록 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해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대출총량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해 대출 총량을 줄이는 우회적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져 어느 정도 대출 증가세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 규제에 직접 손을 댄 것이 아니어서 기대만큼 큰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총량을 제어해야 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기준인 LTV·DTI 규제를 손보지 않고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099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한동안 주춤했던 가계부채는 지난 2013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전년대비 5.2%, 6.0% 증가한 뒤 지난해에는 6.5%, 올 1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7.3%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은행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을 위해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 취급 폭을 제한함에 따라 대출자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만 높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정부는 연도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놓고 은행들의 취급 확대를 유도해왔다. 이에 더해 이번 대책을 통해 고정금리·분할상환 취급 확대에 따른 은행들의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한편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금리상승 리스크를 반영한 뒤 대출한도를 산정하도록 해 변동금리와 일시상환대출 활용폭을 줄였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와 분할상환대출 비중 확대로 인한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늘어 장기적으로 내수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대출 초기부터 상환을 강제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연체가 될 수 있다"며 "채무자 입장에서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 거시적으로 보면 소비가 제한되고 내수가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분할상환대출 유도가 소비 위축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원금 상환으로 대출기간 동안 부담하는 총 이자액이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소비여력이 높아져 거시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을 통해 대출증가에 제동을 걸고 나선데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8월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했던 정책을 1년 만에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본격적으로 살리는 데에도,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관리에도 모두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오락가락' 정책은 심리적 불안만 가중시켜 결국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나온 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이상 두고볼 수만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갑작스런 정책 변화로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등 피해를 입는 대출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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