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흡연자 천국’ 중국에서 최근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징(北京)시 당국은 최근 역대 최대강도의 금연정책 시행에 나섰다. 이는 높은 흡연율, 간접흡연 등이 주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흡연인구는 전세계 12억명 흡연인구 중 25%인 3억2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뿌리 깊은 흡연문화에다 이미 광대한 시장을 형성해 중국 국가 재정까지 지탱하고 있는 담배를 중국에서 몰아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고 주민 건강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또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금연 바람을 타고 중국 전자담배 시장이 태동을 넘어 도약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 업계 판도 '흔들', 전자담배 시작은 '중국'
전자담배는 지난 2003년 12월 베이징에 설립된 루옌(如煙)이라는 기업에서 개발해 낸 아이템이다. 특허권도 이 기업에 있다. 루옌의 전자담배는 출시 반년 만에 매출액이 1억 위안(약 185억원)에 육박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중국 내 인기는 곧 시들해졌다. 우선 전자담배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중국인은 담배를 끊어야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은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혹여 금연 목적으로 구입했어도 금연에 성공하고 나면 전자담배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
이에 루옌 등 중국 전자담배 생산업체들은 드넓은 중국을 뒤로 하고 2006년 해외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특히 건강한 삶에 대한 니즈, 즉 금연을 원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전자담배가 먹혔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자담배가 '유행'이 됐다. 술집이나 클럽같은 유흥업소에서도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청년들이 눈에 띌 정도였다.
세계 최대 전자담배 시장을 형성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시장규모가 50억 달러, 구매고객은 700만명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2020년이면 미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전체 담배시장 매출의 10% 이상, 순익은 15% 이상을 차지하며 팽창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중국 전자담배업체, '해외'에서 다시 '중국'
이 커져가는 시장의 95%를 중국 선전(深圳)시가 책임지고 있다. 전자담배를 낳은 중국이 현재 세계 최대의 전자담배 생산국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난해부터 다시 중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다시 중국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전자담배 시장이 커질 ‘싹’을 보였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금연수요가 늘고 있고 중국 정부 당국도 금연의 중요성을 인식, 강력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이 전자담배업계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실 중국 담배시장은 중국 경제에서 이미 꽤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상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으로 자국민 대부분이 중국산 담배를 구입한다. 매년 2조5000억 개피의 담배를 생산하고 담배시장 규모만 1조 위안(약 185조원)이다.
상당수 지방정부의 재정에서 담배 세수의 비중은 크다. 그렇다고 당국이 주민들에게 "계속 담배를 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래서 정부 당국이 '전자담배'를 선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전자담배로 △ 줄어드는 담배 세수를 보충하고 △ 주민건강을 지키며 △ 전자담배 업계 발전을 통한 경제적 효과까지, 일석삼조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전자담배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거센 파도도 중국이라는 동앗줄을 잡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유럽과 미국 등 시장개척으로 날개를 달았던 중국 업체들은 늘어나는 기업에 따른 출혈경쟁 등에 따라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 자체는 계속 확대되고 향후 전망에도 그린라이트카 켜졌지만 생산기술의 표준화, 업계 및 제품 품질 기준 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빠른 시장 확대가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최근 WHO가 니코틴을 흡입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는 금연용품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이 수입 및 시장판매 허용 기준을 계속 강화하며 중국 전자담배의 시장진입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업계 전반의 부담을 키웠다.
여기다 선전시 500여개 전자담배업체 80% 이상이 직원 50인 이하의 소규모 회사로 각종 악재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다는 점도 업계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이들 업체들은 국내외 악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활로로 가능성이 엿보이는 중국을 속속 선택하고 있다.
해외 전자담배 브랜드들도 하나 둘 중국 대륙에 발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의 잔티코리아와 이탈리아 업체가 손을 잡고 만든 오벨, 미국의 NJOY, 홍콩의 JSB 등이 중국 시장에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는 업계 내 구조조정이 치열함에도 중국 전자담배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사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대표 쇼핑몰,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에 따르면 지난해 ‘솔로데이(11월11일)' 전자담배 매출 10위권 기업의 총 판매규모가 총 1억4000만 위안에 육박했다. 올해는 4억 위안 돌파도 가뿐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2020년 전자담배가 중국 담배 시장의 10%를 장악, 1000억 위안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공략의 난이도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금연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 흡연자 상당수는 담배를 끊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전자담배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금연인구,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을 통해 창출됨을 인지하고 이에 걸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담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증거는 현재 중국 전자담배 소비층 평균 연령이 33.5세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거래도 대부분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다.
중국 전자담배업계 뉴스포털 전자담배온라인(電子煙在線)은 시장의 공략법으로 △품질 △전략적 마케팅 △신뢰 등 세가지를 꼽았다.
역시 경쟁력의 기본은 품질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를 소비자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이라면 충분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자담배를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젊은층 공략을 위한 세련된 디자인, 럭셔리 문화에 도취된 부유층 공략을 위한 럭셔리 버전 등 다양한 제품 출시, 이에 따른 전략적 마케팅 및 홍보도 필수다.
중국 전자담배 시장이 아직 무법천지라는 점도 해외브랜드에게는 기회다. 안전성 논란에 소란스럽고 불법, 가짜제품 판매 등이 성행하는 것이 현재 중국 전자담배 시장의 현실이다. 제품을 믿을 수 없으면 구매욕구도 꺾이는 것이 인지상정. 이에 중국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국제적 검증을 받은 전자담배, 정품인증 등을 내세우는 것도 시장 선점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