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발표 이후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행동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은 엘리엇이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한 6월 4일부터 주총 전날인 7월 16일까지 줄곧 합병비율로 정해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 범위를 벗어났다.
특히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6월 10일은 그 비율이 1대 0.42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연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125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제일모직 주식은 1197억어치 순매도했다.
합병 법인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면 상대적으로 싸진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연기금은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6월 3일 9.92%(우선주 포함)이던 삼성물산 지분을 6월 30일 11.61%까지 늘렸다.
일반적으로 연기금과 비슷한 투자 패턴을 보이는 투신권은 이 기간 삼성물산을 144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제일모직은 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업계에서는 연기금이 표면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합병 무산에 '베팅'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연기금은 엘리엇의 공격 후 주가가 고점일 때 삼성물산을 대량 매집했다가 주가가 꺼져 현재 적지 않은 평가 손실까지 입게 됐다.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 최고 7만6100원까지 오른 주가는 합병안이 통과된 이달 17일 이후 크게 하락해 6만100원까지 밀렸다. 결국 이 기간에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집한 연기금이 상투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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