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노경조 기자 =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강남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매각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당초 수주에 적극 나섰던 삼성물산이 막판에 빠지면서 다소 맥빠진 입찰이 됐다. 특히 이번 입찰은 국내 건설업계 1·2위 업체가 향후 주택시장 향방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주목된다.
23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개포동 공무원아파트 8단지 입찰 매각 시행 결과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들 3사 컨소시엄은 이번 일괄매각에 단독으로 입찰해 최저입찰가격인 1조1908억원보다 500만원 높은 1조1908억500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1680가구 규모의 개포8단지는, 앞으로 용적률 250%를 적용하면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지분 비율은 현대건설이 40%로 가장 많고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33.3%, 26.7%를 차지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주절차와 잔금 납부기한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17년 착공과 함께 일반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교통, 교육여건, 생활환경 등 최상의 입지인 만큼 2년 후 일반분양이 진행되더라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 아파트의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등 최근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15차 등 대형 재건축 수주물량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이든, 일반 분양이든 신규 수주는 입지를 고려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박빙의 승부를 겨룰 것으로 예상되던 삼성물산은 이번 개포8단지 수주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엘리엇이란 복병을 만나면서 수주전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개포8단지의 경우 대규모의 강남 노른자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격 부담에 비해 향후 시장 상황과 임대주택 비율 공공기여 조건과 같은 행정적 절차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이 수주전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SK건설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일제히 손을 뗐다.
업계에서는 최소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최소 입찰가를 기준으로 건축비, 세금 등을 모두 감안한 액수다. 입지적 측면을 고려하면 분양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지만 2~3년 후 주택시장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특히 삼성물산은 올해 주택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주택사업을 접을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소 보수적일 수 있지만 강남권 알짜 재건축 물량을 중심으로 선별해 참여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한 번도 주택사업을 접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오히려 제일모직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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