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일본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 회사에서 강제 노역을 한 중국인 노동자 3700여 명에게 사과하고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미쓰비시와 중국 측 피해자 협상팀이 중국인 강제 연행에 대해 포괄적 화해에 합의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면서 “3765명에 달하는 피해자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1명당 10만위안(약 1871만원) 지급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이 골자”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인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 측이 자발적으로 사과하고 3000명이 넘는 대규모적이고 포괄적인 금전적 보상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미쓰비시는 보상금 외에도 기념비 설립비 1억엔(약 9억3500만원), 실종 피해자 조사비 2억엔을 낼 계획이다.
화해 합의안에서 미쓰비시 측은 2차 대전 중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에 따라 일본으로 강제연행된 중국인 노동자 약 3만9000명 중 3765명을 미쓰비시 머티리얼 전신기업과 관련 하청 기업 사업소에 수용하고 노동을 강요한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 가운데 본인이나 유족이 파악된 인원은 약 1500명이다. 미쓰비시가 지급한 조사비를 사용해 남은 피해자와 유족을 찾아낼 계획이다. 피해자가 전원 파악될 경우 총 지급액은 80억엔(약 754억3400만원) 규모가 된다.
교도통신은 미쓰비시 측이 화해에 응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전후 70주년을 맞이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지난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제임스 머피(94) 씨를 비롯해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아울러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지난 22일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미군 피해자들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그러나 한국인 강제 노역 피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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