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비지상파의 전초기지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의 활성화 조짐이 보였을 때도, 2000년대 통합방송법 제정과 함께 전문채널이 늘어날 때도 지상파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사극에 비유하자면, 세도가의 장남이 몸종에게서 태어난 서자를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CJ E&M의 대표 채널 Mnet도 개국 초기에는 무명의 VJ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나 종일토록 내보내던 수준이었다. 히트채널 tvN 역시 2006년 개국 후 한동안 좌충우돌했다. ‘tvNGELS’ 등 성적 코드가 가미된 프로그램과 ‘진실’을 표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내놨다가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매력 포인트’를 찾아낸 CJ 측은 ‘지상파는 못 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그 결과물이 tvN의 ‘응답하라 1994’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미생’ ‘막되먹은 영애씨’ ‘오 나의 귀신님’, 또 OCN '나쁜 녀석들’ 등의 ‘히트상품’들이다.
나영석과 신원호 등 지상파 실력파 PD, 그리고 이우정 같은 스타작가들을 영입하고 한층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작업하도록 적극 지원해 히트상품 양산의 토대를 다졌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를 전면 도입해 제작진의 피로감과 아이디어 고갈 현상을 최소화한 것 역시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JTBC, 비지상파 기동타격대 역할 톡톡
CJ E&M이 지상파와의 대결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면, JTBC는 특수기동타격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유력 신문사를 골격으로 방송계를 비롯해 부문별 전문인력들을 모아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초반에는 미약한 채널 인지도 때문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투자한 결과 개국 3년차에 이르러 빛을 보기 시작했다. 우수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마케팅과 홍보, 디자인 분야까지 신경을 기울이며 단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했다.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이끄는 메인뉴스는 JTBC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쌓아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썰전’ ‘마녀사냥’을 필두로 ‘히든싱어’ 등 인기상품을 줄줄이 내놓은 예능국 역시 채널 인지도 상승의 일공공신이 됐다. ‘히든싱어’ 등 예능의 포맷 해외판매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JTBC 오윤환 PD가 지휘하고 있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중국판은 지난 16일 현지에서 첫 전파를 타면서 동시간대 예능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비지상파 최초로 국민MC 유재석을 영입한다고 밝히며 업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개국작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를 시작으로 ‘아내의 자격’ ‘밀회’ ‘무자식 상팔자’ 등 화제작을 차례로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사극 ‘하녀들’과 멜로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에 이어 ‘라스트’ ‘디데이’ 등 장르극을 편성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지상파의 약진으로 시청자의 시선이 분산되면서 지상파도 악전고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20%대를 히트작의 기준으로 삼던 지상파의 미니시리즈 시간대에서는 이제 ‘10%만 넘어서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익숙함’을 이유로 지상파에 채널을 고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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