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로 본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변호사 업계의 수임 관행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가 성공보수 1억원을 돌려달라며 변호사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그간 사건 종류를 불문하고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무효로 봐왔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23일 이후부터 형사사건에 대해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같은 판단을 위해 대법원은 민법 103조에서 정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점을 들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체결되면,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 공공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고 이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형사절차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변호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에 이르기 힘들며, 때문에 변호사가 재판의 결과를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만약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가 저질러 진다면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위험이 있음은 물론, 법치주의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은 국가형벌권의 공적 실현이라 할 수 있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놓고 ‘성공’과 연결 짓는 것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만 그간에는 성공보수 약정이 유효하다는 견해를 보여왔던 만큼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에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은 유효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일영·고영한·김소영·권순일 대법관은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가 공익에 반한다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을 구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앞으로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10월 절도 혐의로 구속된 부친을 위해 조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허씨는 부친이 보석허가로 석방되기 전 1억원을 변호인에게 지급했다.
허씨는 이후 성공보수 1억원이 지나치게 과해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며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1억원의 성공보수가 많다고 판단, 4000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판결을 두고고 변호사 업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소규모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소는 수입이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착수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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