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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시골편지] 그리운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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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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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에게는
혼자 오르던 언덕이 있다


빈약했던 내 젊음의
무더운 여름을 나며
네가 생각나 오르던 언덕에
그대 닮은 산딸기가 붉게 익어
언덕서 내려다본 나의 외길은
멀고 긴 구비 언덕을 혼자 오르다
산기슭서 정물로 섰고


간간이 나에게로 오던 편지를 실은
우체부 오토바이 뒤를 따라
양 갈래로 갈라지던 기다림의 길들이
물결로 자지러지는 것을 보다 또
까치발로 크는 속 비린 그리움들


정녕 돌아가고 싶다


그대를 기다리던 언덕에
너 닮은 긴 손가락 집을 짓고
그대 푸른 편지로 올 것 같았던
수없는 길들이 내려다보이는 마당에
산딸기만한 정자도 하나 지어
추녀 낡도록 살다 한가한 오후 끝에
매미 우는 풍경을 내단 하늘


그리운 사람은 늘
언덕에 기다림의 집을 짓는다.


-----

며칠 장맛비가 찔끔거리더니 또 무덥다. 여름 한 낮은 무더위 속에서도 푸르다. 이맘때 생각나는 고향집 언덕이 있다. 방학을 하고 집에 가면 늘 적막한 여름이었다. 시골마을에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고 매미소리만 들리는 여름 한 낮을 보내다보면 따분했다. 습관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 뒷산 언덕을 올랐다. 언덕에서 본 마을은 뱀의 허리처럼 구불구불 나 있는 길 밖에 없는 고요함이었다. 정적을 깨고 멀리서 달려오는 우체부 오토바이, 뒤를 따라 길이 양갈래로 갈라지며 물결이 일었다. 편지였다. 그 고향 언덕에 한가한 여름 집을 짓고 좋은 사람들을 기다려 살고 싶다.

그리운 집짓기 [사진=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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