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기업들이 해외 정보통신(IT)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 사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벤처캐피털 회사인 GSR벤처스는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50억 달러(약 5조8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04년 중국 IT 기업가들이 설립한 GSR벤처는 올해 3월 네덜란드 전기업체 필립스의 조명사업 자회사인 '루미레즈'의 지분 80%를 28억 달러에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GSR벤처스는 이번에 조성된 펀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중국의 블루칩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IT, 인터넷, 생명공학 부문의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WSJ은 "GSR벤처스는 성장이 유망한 분야에서의 기업 인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이번 펀드 조성에는 해외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기업들은 수입에만 의존해온 첨단기술을 직접 보유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만큼 최첨단 자동차와 반도체 관련 기술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최근 중국 국영 반도체회사인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쯔광그룹)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23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에서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중국이 정부 조달과 관련해 현지 업체를 선호하는 데다 외국 기업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 손을 잡는 게 중국 시장 공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GSR벤처스는 해외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5월 휴렛팩커드(HP)가 중국 네트워크 장비 부문(H3C)의 지분 51%를 칭화유니그룹에 매각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WSJ은 "외국 기업들은 일반 중국 기업보다 글로벌 시장 경험이 많고 재무에도 밝은 사모펀드나 벤처펀드 운용사를 파트너로 선호한다"면서 "GSR벤처스가 이런 거래에서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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