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인리히의 법칙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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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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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양소방서 안양119안전센터 소방교 이수영]

안양소방서 안양119안전센터 소방교 이수영

폭염이 시작된 한여름이다. 여름은 소방관들에게 겨울만큼이나 힘든 계절이다. 겨울보다 화재발생 건수는 줄어들지만,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 화재현장의 대원들의 체력 소모가 훨씬 크며, 각종 수난사고, 배수, 급수지원, 벌집제거 등 각종 민원출동 등은 겨울철보다 훨씬 많다.

출동이 많다보면 소방관으로써 느끼는 것 중 한가지는 ‘확률’ 이라는 것이다. 출동이 많다는 건 그 정도로 사고발생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시민들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출동 중에 소방관에게 발생할 안전사고 확률은 높아진다.
교통사고 위험, 화재진압 중에 대원이 탈진하여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장마가 지고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매우 높아진다. 이럴 때 안전사고와 관련된 이론하나가 생각난다.

여행자보험회사에서 근무하다 ‘사고의 기원’이라는 저서로 이름을 알린 하인리히(Heinrich)는 1931년 ‘산업재해예방 이라는 저서에서 1개의 중대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29개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 배경에는 인명손상을 동반하지 않는 사건이 300개나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버드(Bird)도 재산손실이나 인명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 약 600건 정도 발생할 때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는 사고가 30건 정도 발생하며 경미한 사고는 10건 정도 발생하고, 그중 하나는 사망이나 장애를 유발하는 중대재해로 이어진다는 1:10:30:600 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들은 중대재해는 재산손실이나 인명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사건·사고로 인해 초래된다는 이론으로, 중대 재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및 사고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징후가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인명손상은 보상이나 배상을 통하여 근본적인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일선 119안전센터에서는 대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매일 안전사고 방지교육과 사고사례 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일 계속되는 훈련역시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또한 여름철 시민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물놀이 사고 안전시설 정비, 수난대비 인명구조훈련, 그 밖에 폭염에 대비한 안전사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노력은 소방관 뿐만 아니라 시민들 또한 예외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더 신경쓰면 된다. 화재예방을 위해 가정에서는 음식조리후 가스밸브를 잠그는 것, 각 사업체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며,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 현장업무에 투입되는 외근 직원들은 안전장비를 철저히 착용하는 것, 물놀이를 나온 피서객들은 기본적인 물놀이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정말 사소해 보이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이런 안전사항들을 무시하게 되면 결국은 세월호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참사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바로 하인리히와 버드의 이론인 것이다.

여름철은 사고현장에 투입되는 119대원이나, 시민들이나 기본적 안전수칙들을 간과하기 쉽다. 덥기 때문에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우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점검 또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럴 때 하인리히와 버드의 법칙을 기억하자. 손자병법에 나오는 초윤장산(礎潤張傘)이란 말은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즉,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소방관과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가정에서는 생활속에서 두 번들으면 지겨운 안전수칙들을 지킨다면, 대형사고의 ‘확률’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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