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서방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파멸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다피는 2003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기로 국제사회와 협의했다. 그 후로부터 8년 뒤인 2011년 카다피는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WSJ는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것은 카다피가 죽은 지 2개월 뒤였다"면서 "핵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막아주는 보증서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 사회와의 핵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최근 주중 북한대사관의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됐다. 지재룡 대사는 지난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북한) 실정은 이란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조선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WSJ은 "현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안전보장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핵을 활용했지만, 김정은은 경제성장과 함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또한 핵 협상 결렬 시 이란이 얻게 됐을 잠재적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한 개를 만들 때 필요한 핵물질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석하면서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무기 증강 부처까지 정비해 놓은 상태로 핵 개발 상황이 이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경우 국제 사회의 제재 때문에 경제적 고통이 심했지만, 북한은 오랫동안 지속된 고립경제에 있었던 탓에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은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만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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