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말레이기 피격' 국제형사법정 설치에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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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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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부결됐다. [뉴욕 = 신화통신]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방안이 무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3일 네덜란드와 호주,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벨기에 등 5개국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17편 피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국제형사법정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날 표결에 참가한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 영국 등 11개국은 찬성했다. 중국과 앙골라, 베네수엘라 3개국은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5대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부결된다.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표부 대사는 표결을 마친 뒤 "러시아는 그간 국제형사법정을 설치하는 방안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면서 "국제형사법정을 설치해야 이유가 전혀 없으며, 이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다룰 사안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토 스리 리오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위험한 전례를 남겼다"고 비난했다.

이번 결의안을 추진했던 국가들 역시 부결 결과에 반발하고 나섰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전세계적으로 테러단체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항공기 격추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잔학행위의 복합체"이라고 지적했다. 

파블로 크림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만약 스스로가 가해자가 아니라면 이번 결의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 법정은 진실 규명을 위한 것으로 (러시아가) 진실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17편은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추락해 네덜란드인 194명을 포함한 탑승자 298명이 모두 숨졌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맞은 것으로 주장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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