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형제의 난'의 불리며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롯데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31일이 자칫 '롯데그룹(신동빈 회장 입장에서)의 제삿날'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할아버지이며,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의 부친인 고 신진수 씨의 제삿날을 계기로 가족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결국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불참할 것으로 보여 롯데 후계구도 다툼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제사에 참석한다면 이견을 보여온 다른 가족과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불참한다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7∼28일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가 신 회장의 빠른 대응으로 제압되고 난 후 롯데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은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 세력간의 경쟁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사와 함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가족회의에 신 회장이 불참한다면 화해보다는 갈등 지속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은 이 자리에서 후계구도를 정할 핵심 키를 쥔 신 총괄회장을 설득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출국해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신동빈 회장은 적어도 8월 1~2일 중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8월 업무 시작을 위해 신 회장의 귀국이 늦어도 일요일인 2일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귀국하면 바로 신 총괄회장과 면담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자리에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대노한 중국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해명과 함께 한국·일본 롯데 동시경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의 중국사업에 의구심을 품고 있고, 27일 일본행에선 신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신 회장이 설득에 나선다고 해도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게다가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롯데호텔 34층에 마련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거처에 신 회장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 회장의 기대는 불발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한편 신 회장이 빠진 가운데 열리는 롯데 오너가의 가족회의에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 중 밝힌 일본롯데홀딩스 주총 개최를 통한 이사 교체 의지가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 등은 일본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신동빈 회장과 그의 지지세력을 주총에서 표 대결로 떨어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작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지난 28일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2선으로 밀어버린 행위는 정관에도 없는 부당한 행위라며, 주총 개최로 이를 따지는 한편 그런 행위를 한 임원 교체 안건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선 신동빈 회장 측은 명예회장 추대와 관련한 정관 개정 주총이라면 환영하지만, 임원 교체 안건 처리를 위한 주총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 개최 요구를 하더라도 신동빈 회장이 장악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주총 개최에 응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주총개최를 두고서 동주·동빈 형제는 팽팽히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동주·동빈 형제는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구조에서 서로 자신의 우호세력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워낙 변수가 많아 현재로선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다툼이 신동빈 대 '반 신동빈' 구도로 고착되면 신동빈 회장이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 미만의 지분을 가졌고, 최대 주주가 광윤사(光潤社·고준샤)와 종업원지주회(우리 사주)로 각각 32% 지분을 보유했으며 나머지 32%를 일본 내 롯데 계열사와 이사진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 여부에 따라 저울추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총 개최 여부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주총 개최를 통한 표 대결로 간다면 롯데 그룹의 구성원 간에 깊은 생채기를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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