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 격인 금호산업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수조원을 빌렸다. 결국 이 빚을 못 갚은 금호산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관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최근에야 정상화됐다. 채권단은 살아난 금호산업 지분(55.7%)을 팔아 빌려준 돈 일부를 찾을 수 있게 됐고, 매각가를 높이면 높일수록 회수율도 올라간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살 수 없는 값을 제시하는 바람에 금호산업 매각이 불발되면 어쩌냐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박삼구 회장이 됐든, 3자가 됐든 1조원만 내면 된다.
문제는 채권단 안에서 1조원을 매각가로 써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빼면 아무도 원하는 값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는 공개적으로 희망 매각가를 밝히고 있는 채권자가 없다. 가격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는 이유다.
금호산업 측에 투자한 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뺀 채권자를 보면 공통점이 존재한다. 오너십을 가진 '주인'이 없다는 거다. 나머지 채권자가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즉, 내 돈이 아니니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 역시 매각가를 내놓아야 한다. 여기서 정해진 매각가 범위를 가지고 박삼구 회장과 협상을 벌이는 게 가장 투명한 방법이다. 박삼구 회장이 매각가를 수용하지 않고, 우선인수권을 포기하면 채권단은 3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면 된다.
금호산업 우선인수권을 가진 주체는 박삼구 회장 개인이고, 이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사는 것이다. 금호산업이 정상화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가격협상에 소홀할 경우 다시 한 번 공적자금 부실관리 논란이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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