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에게 자주 한 말이라고 한다. 잡스는 다만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것들을 접하고 그 위대한 것들을 당신이 하는 일에 접목하라"면서 베끼고 훔친 아이디어를 융합해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기 위해선 먼저 배워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는 우연히 수강한 교양 미술수업을 통해 매킨토시의 혁신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매킨토시를 만들 때 음악가, 시인, 예술가, 동물학자, 역사학의 전공자이자 컴퓨터공학 전문가인 기획자들을 구성해 매킨토시를 개발하였는데 서로 각기 다른 분야의 배경지식의 융합이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본래 20세기의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남긴 명언이다. 물론 이말 역시 "어설픈 시인은 흉내만 내지만 원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토마스 엘리엇의 말을 피카소가 훔친 것이다.
알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모방의 과정을 거쳐, 그것을 응용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베끼는 것과 훔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길래 당대의 거장들이 이 같은 말들을 반복하는 것일까? 사실 이 명언을 많은 사람들이 카피해 책을 통하거나 강연회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만, 본 뜻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본질의 내면 속 깊은 곳 까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필자가 훔치는(STEAL)의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피카소의 작품 중 '황소의 머리'는 길을 가던 피카소가 우연히 버려진 자전거를 발견하고는 그 자전거에서 안장과 핸들을 떼어서 만든 것이다. 자전거 안장에다가 핸들을 거꾸로 붙인게 그의 작업의 전부였다. 이 작품의 이름이 '황소머리'이다. 버려진 자전거의 분리된 모습에서 황소머리의 모습을 착안한 점은 역시 입체주의의 거장답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미술작품으로 손꼽히는 '아비뇽의 처녀'는 피카소가 우연히 지인의 집에서 아프리카 조각상을 본 후 탄생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스케치만 100장 이상을 했고 꽤 오랜 기간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점은 아비뇽의 처녀에서 보이는 단순화된 형태는 "자연을 원통, 원추, 구체(球體)로 다룬다"라고 말한 세잔의 예술에서 큰 영감을 얻어 대상의 존재성을 기본적인 형태와 양에 의해 포착한 것이었으며, 아프리카 조각상에서 착안한 투박하고 거친 형태를 결합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정말 제대로 훔친 예를 들어보면, 현존하는 산업 디자이너인 필립스탁(Philippe Starck)은 루이16세 의자를 보고, 루이고스트 의자를 만들었다. 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 일종) 소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15세기의 루이16세 의자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훔친 것이다.
이렇게 탄생된 과정을 보면 많은 작품은 기존의 것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고, 그 과정 속에서 그 작품을 모방하고 훔친다는 것이다. 어떻게 훔치고 그것을 세상에 꺼내 놓느냐에 따라 복제본이 되느냐 창조물이 되는가의 차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복제품으로 비난을 받느냐 혹은 걸작품으로 찬사를 받게 되느냐의 차이는 피카소가 한 것처럼 서로 다른 것을 융합해 새로움을 만들어낼 때 진정한 작품이 탄생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피카소의 위대함에 스티브잡스도 존경심을 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이 스티브잡스가 말하는 교양미술 수업으로부터 훔쳐낸 기술, '창조하는 법'이다.
더불어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우리 산업간 융합 컨버전스(Convergence) 의 과제, 그리고 문화·예술 접목으로 새롭게 탄생될 대한민국 컨버전스 시대의 열쇠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훔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접목시킬 수 있는 지혜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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