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정부의 7ㆍ22 가계부채 대책이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의 기존주택 매수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내년부터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늘리는 한편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DTI 규제의 성격을 보이면서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득이 낮은 젊은층의 대출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집마련 수요자들 사이에선 대출 규제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주택 거래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적극적 매매전환 수요의 통로를 막게 된다면 매해 찾아오는 가을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긴요해보인다.
◇휴가철 비수기에도 전셋값은 '고공행진'=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7~8월에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재계약이나 월세 전환 등으로 전세매물이 귀해 간혹 나오는 전셋집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3일 KB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가격은 전세물량 부족현상으로 인해 전월대비 0.51%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5대 광역시가 각각 0.69%, 0.35% 올랐고 기타지방이 0.19%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 또한 72.2%로 1998년 12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8개월 연속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70.3%으로 전달보다 0.7%포인트 상승하며 70% 선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의 경우 급속한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부족 현상에 따라 전세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소형 평형의 전세가격은 이미 많이 올랐음에도 수요가 많아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가을이사철이 시작되는 9월 이후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 소재 C중개업소 대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매매전환을 고려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전세 시장에 눌러앉을 것"이라며 "쓸만한 전세물건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30~40대 매매전환 수요층 타격 불가피…전셋집 선점 움직임 커져=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상반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견인한 젊은 수요층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2030세대 전세난민들이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들이 집을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월세나 반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가을 이사철에 앞두고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비수기인 7~8월에 미리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른바 '여름 전세난'이 시작된 것이다.
수천가구 대단지에도 전세물건이 10개 미만인 탓에 중개업소마다 전세를 찾는 사전예약 수요가 있는 것은 기본이고 법정수수료에 웃돈까지 붙이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이 전세물건을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전세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특히 올 하반기에는 재건축 이주수요 등 각종 악재도 있어 수도권 위주의 전세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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