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바로크식당 김학민 주방장의 거북한 오르페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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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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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김학민 신임 국립 오페라단장이 연출로 선보인 시립오페라단(이건용 단장)의 몬테 베르디의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를 관람했다. 신임 국립단장의 오페라에 대한 안목이 궁금했다.

분명히 애쓴 듯 한 흔적은 보였다. 하지만 부족한 기본기는 오페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일 정도였고, 현장 경험이 풍부하지 않았다. 함량 미달이었다.

연출에는 세트, 조명, 동작, 동선의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작은 무의미했고, 등장과 퇴장은 임팩트조차 없었다. 음악의 밸런스가 무너진 악기들의 소리, 소음같이 튀어나오는 관악기 챔발로의 밸런스도 전체 사운드와 어울리지 못했다.

시립 오페라에서 실험적인 오페라를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학 워크숍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찌 프로라 할 수 있겠는가. 오페라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연출과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서는 가수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제작자와 연출가는 외국 연출가의 작품을 참고할 수 있지만, 본인만의 확실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한다.

더욱 답답했던 점은 오르페오 프로그램에 작품 해설을 실었던 음악평론가이자 한 언론사의 객원기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 부분이다. 물론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각을 왜곡 시킨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사회 전반에 가치질서가 무너져 내린 데에는 지성의 역할이 침묵하거나 아부의 언덕에 기댄 탓이 클 것이다. 비평의 저울이 고장 나면 일부가 그 저울을 탐할 수 있다.

​진실을 떠난 글이 오르페오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공연 중간에 실망하고 돌아간 음악가들은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김학민 단장은 일반적인 시각과 전문가적인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오페라계는 대체적으로 어이없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전문가들의 시각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을 보는 관점도 그러했다.

본인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제는 힘을 합해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진심으로 잘하길 바라고, 진정으로 오페라를 사랑하는 단장이 되길 바란다.

김학민이 누구나 인정하는 오페라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것은 국립오페라단이 김학민의 개인 단체가 아닌 국립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개인 작품을 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가 눈 앞의 이익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한국오페라의 새로운 변화를 여는데 일조해주길 바란다. 10년, 20년 후에 더 큰 자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을 계기로 ‘불통’ 김종덕 장관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환점을 돌아선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이 더 이상 실기(失期)하지 않도록 마지막 힘을 보태 주기 바란다. 누구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현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쓴 소리가 한국오페라에 영양분으로 흡수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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