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가족잔혹사' 바다 건너 해외 사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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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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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김지나·한아람 기자 =누군가 그랬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고. 이를 실천이라도 하듯 대한민국 어느 재벌가(家)에서는 드라마 소재로나 쓰일 법한 살벌한 경영권 다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꼴이다.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다고 하지만 가족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볼썽사납다. 더구나 이들이 으르렁 거리는 이유라는 것이 '피보다 진한 돈' 때문이라는 것은 더욱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같은 일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개의 화살'로 유명한 유대계 금융재벌 가문인 로스차일드가 역시 그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족 경영(Family Business)'은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 정신, 기업에 대한 신뢰감과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족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비롯해 능력보다는 혈연을 앞세운 후계구도 등이 그렇다. 특히나 이번의 롯데그룹 마냥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일 경우 더욱 그 한계는 민낯을 드러낸다.

◆이들을 갈라놓은 것은 바로 '돈'
한 때 세계 1위 부호였던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은 창업자인 디루바이 암바니 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숨지면서 동생 아닐과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릴라이언스 그룹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 루피(약 22조원).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것.

돈 때문에 싸우는 형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어머니의 중재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형제들의 다툼으로 추락을 거듭한 릴라이언스 그룹은 결국 2011년 인도 재계 1위 자리를 타타그룹에 내줬다.

세계 최대 화장품회사인 프랑스의 로레알은 엄마와 딸의 재산 분쟁을 겪었다. 로레알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의 자산을 두고 딸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어는 2007년 자신의 어머니인 릴리안에 대해 관찰보호를 요청했다. 릴리안이 친구인 사진작가 마리 바니에르의 꼬임에 넘어가 12억5000만달러 상당의 재산을 넘겨줬다고 주장한 것. 로레알 모녀의 사건이 종결되기까진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구찌(Gucci) 역시 상속에 따른 분쟁으로 무너진 케이스다. 창업자인 구찌오 구찌가 1921년 피렌체에서 가죽 전문매장을 열며 시작된 꾸찌는 당시 상류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1953년 구찌오의 사망이후 두 아들 알도와 로돌프가 경영권을 50%씩 나눌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손자 세대에 와서 일이 터졌다. 알도의 아들 파울로와 로돌프의 아들 마우리치오가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고, 회사는 얼마 못 가 재정난에 휩싸였고 창업자 가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엄격한 기준 그리고 능력은 '필수'
"기업에 최고경영자 자리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 능력은 세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능력입니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공동회장의 말이다.

1899년 설립된 밀레는 공동 창업자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 가며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두 가문은 공동경영을 해 온 116년간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 밀레는 두 가문 중 한 가문이 기술 부문과 경영 부문의 독점을 막기 위해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각 대표를 번갈아 가면서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치열한 양 가문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 매우 엄격하다. 후계자로 지명되기까지 철저한 교육과정을 거친다. 부모의 도움 없이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 혼자 해외유학을 마쳐야 하며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해 2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두는 것도 이 가문의 전통이다.

도요타 역시 오너 일가가 사업을 승계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에서만큼은 오너 일가만이 최고경영자가 되란 법은 없다. 오너 일가도 경영능력이 검증돼야 CEO를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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