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 전·현직 회장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으며 수난을 겪고 있다. 전직 회장이 재임기간 중 비리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곤욕을 치른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전·현직 수장이 나란히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양측 회장 진영의 폭로전 양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4일 검찰 및 업계에 따르면, 23·24대 중기중앙회장를 지낸 김기문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재임 기간 동안 20여명의 부회장단으로부터 돈을 걷은 혐의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유사시 해결을 명목으로 중기중앙회 회원사로부터 일종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전회장은 일부 횡령한 혐의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부회장단 일부를 불러 이들로부터 김 전 회장이 영수증 같은 증빙자료 없이 돈을 썼다고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617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공료롭게도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장도 검찰조사를 받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송강)는 지난 6월 25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실시한 중기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 살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인지역을 담당한 중기중앙회 맹모(51) 부회장은 지난 2월25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선거인을 찾아가 박 회장을 지지해달라며 현금 500만원을 넘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제주지역을 담당한 제주아스콘공업조합 지모(60) 이사장도 지난 1월 28일 서귀포시 음식점에서 한 선거인을 만나 박 회장을 후보자로 추천해 달라며 2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선거운동 조직을 구성해 선거인들에게 금품을 주며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등)로 박 회장과 부회장 4명 등 8명을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회장은 자신이 회장직을 수행했던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아스콘조합연합회) 임직원을 상황팀·홍보팀·정책팀 등으로 배치해 조직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검찰 기소와 관련해 “법원 공판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통해 혐의 없음을 입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기중앙회 선거는 전국의 업종별·지역별 조합의 이사장 등 총 527명의 선거인의 투표로 회장을 선출한다.
따라서 과반수인 선거인 264명만 확보하면 당선 가능한 구조라 금품살포나 향응제공 등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선거 과정에서 현직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어 결과에 따라 추후 전·현직 회장 간의 앙금이 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현직 회장의 충돌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갑자기 속도를 내면서 전·현직 양측이 서로 부적절한 내용을 흘리며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통령’으로 불리기도 하는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33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경제5단체장 중 하나로 국가 행사 때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비상근직으로 별도의 급여는 없지만 매월 1000만원의 대외활동수당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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