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중권 기자 = “꼼꼼히 챙겨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월 7일 오전 이춘희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힌 내용이다.
이날 이 시장은 복숭아축제 장소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갖고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 사안을 수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축제행사를 대행하는 기획사 선정과장에서의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방식을 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필자는 대행사가 이미 선정됐다는 기획사의 소문(?)을 듣고 차제에 공정한 입찰을 통해 선정해줄 것을 바랬고, 이 시장의 약속을 듣고 싶었다.
복숭아축제는 우리고장의 가장 전통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아 왔지만, 사실 매년 열리고 있는 축제는 대행사 선정과정과 장소, 축제의 내용 등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이번 축제 역시 소문에 돌았던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는 결과에 필자는 실소를 했다.
시 담당과의 실무자를 만나 축제와 관련해 기획사 참여업체 명단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실무자의 대응은 뜻밖이었다.
담당은 “기획사 참여 명단은 시장님께 보고를 드린 후 허락할 경우 공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참여업체 명단조차 내 줄 수 없다는 실무자와 대응에 기가 찰뿐이었다
며칠 후 과장을 만나서야 대략적인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담당 과장은 축제 대행사 선정에 참여한 7개 사의 명단과 대행을 맡은 N 업체의 제안사 소개, 사업실적 등 주요 내용이 담긴 서류를 내주고 설명했다.
담당 실무자의 설명과 달리 기획사 업체선정은 조달청을 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명성과 공정성의 오해소지를 만든 것이다. 그는 ‘입찰제안서’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 ‘풀’을 농림부에 의뢰 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하지 않고 ‘입찰제안서’방식을 택한 것은 촉박한 행사일정 때문이며 조달청에서 실시하는 것 이상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축제의 경우 행사장소 결정이 늦어진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그의 설명은 변명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축제는 매년 열리고 있다. 1년이라는 여유시간이 있고, 행사장소 결정도 지난 4월에 마무리 지었다. 4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이면 조달청 공개입찰도 충분한 기간이다.
대전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조달 입찰기간은 대략 70일, 긴급은 유찰이 없을 시 45일 가량이면 족하다”고 말해 ‘촉박한 시간’은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원의 선정배경 역시 문제가 있다. 시는 세종시에서 확보하고 있는 심사위원의 ‘풀’대신 농림부 인재로 대체해 공정성을 높였다는 설명 역시 납득되지 않는다.
‘제안서 입찰’방식이 갖는 구조적인 ‘의구심’도 있지만 굳이 농림부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축제 기획사 선정 입찰방법과 심사과정의 ‘의문점’은 결과에서 답이 나온 셈이다. 축제 입찰에 선정된 N 사는 시에 제출한 제안사 소개 및 사업실적서에 사업금액을 부풀린 흔적도 발견됐다.
복숭아축제 대행 기획사 선정과 관련해 개최장소를 놓고 ‘갑론을박’할 당시부터 내정됐다는 입 소문이 결국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이지 않는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오비이락’으로 치자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관련업계의 주장과 주변 경황 등을 고려할 때 찜찜한 맛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시장이 기자간담회 당시 “꼼꼼히 챙겨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민들과의 약속이다. 세종시 복숭아 축제 연기군시절부터 이런저런 잡음이 일고 있는 과정에서 관련공무원들과 농협, 농가들은 땀을 흘리며 축제기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복숭아축제도 품격을 갖춘 시민화합의 축제장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 조치원 복숭아는 서해안의 태안반도와 내로라하는 서울의 백화점에서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조치원복숭아는 그 맛과 품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는 농부의 마음으로 축제준비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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