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의왕) 이소현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는 연간 8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전세계에 내보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톱5이자,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선두주자다. ‘고(高) 연봉’의 매력으로 구직자들이 가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우리 남편, 아빠, 아들이 현대‧기아차에 근무한다고 하면 부러운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할 것이다.
최찬욱(43) 오토앤 대표는 이런 안전해 보이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처음엔 집안의 반대도 많았다. 당연한 것이 현대‧기아차라는 왕관을 내려놓고 ‘가능성’ 하나만 믿고 뛰어든 벤처회사 대표라는 직함은 성공에 대한 기대보다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만드는 제품 중 최고 난이도는 자동차다. 안전성이 담보돼야하며 수백 가지 부품들이 수레바퀴 굴러가듯 잘 맞물리게 하는 기술력도 필요하다. 이런 생각에 기계공학도 출신인 그는 대학시절부터 자동차 회사에서 꼭 일해보고 싶었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한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한 그리스에서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최 대표는 “유럽차가 즐비한 그리스 오모니아 광장 한복판에서 현대차 스포츠카인 ‘티뷰론’을 봤는데 자동차가 아니라 ‘태극기’로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 자동차는 교통수단의 기능이 강한 반면 해외에서는 갖고 놀 수 있는 큰 장난감, 스포츠, 레저 등 역할이 다양했다”며 “문화처럼 즐길 수 있는 자동차 생활이 국내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넘어 보다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자동차 생활을 만들어 보고 싶어 12년간 근무한 기아차 대신 선택한 게 자동차 애프터마켓 벤처사업이다. 오토앤은 현대자동차의 사내벤처를 키워내는 벤처플라자라는 ‘엄마 품’에서 보육되면서 신생아 시절을 무사히 보냈다. 이제 업계 4년차로 당당히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개성과 특별함을 무기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서 분사이후 벤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그지만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일까? 새로 시작하는 벤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단호했다. 낭만과 도전정신이라는 청사진만 안고 가기에는 훗날의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제품만 갖고 뛰어들기에는 냉혹한 시장”이라며 “일단 섣불리 안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회사가 운영되려면 시장, 자본, 인력, 제품 등 종합적으로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많은 벤처들이 함정에 빠지는 게 제품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을 통해 만든 시제품은 완제품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만들려면 몇 억씩 들어가는데 정작 시장에서 안 팔리면 어떻게 하나”고 반문했다. 그만큼 철저한 시장조사와 판로개척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파는 것까지 함께 된다”며 “한국에서도 벤처들의 판로개척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