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평양 도착…한반도 정치적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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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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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5일 방북길에 올기 위해 서울 김포공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광복 70주년을 앞둔 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오전 10시께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검정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이 여사는 고령의 나이 탓에 휠체어를 타고 입장 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서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사 등 방북단은 이날 오전 10시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전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함께 방북하는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취재진에게 "이 여사는 '우리 민족이  분단 70주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6·15정신으로 화해하고협력해 평화롭게 왕래하면서 사는 민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양을 간다'고 했다"면서 "방문이 대화와 왕래, 교류협력의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셨다"고 밝혔다.

이번 이 여사의 방북 일정 중 예정에는 없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 여사는 방북 첫날 평양산원, 둘째 날 애육원(고아원)과 아동병원을 오전, 오후에 각각 방문하며 셋째 날 묘향산 관광을 한 뒤 넷째 날 순안공항을 거쳐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와 함께 방북하는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이 여사는 영유아 사업, 모자보건 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영유아 시설 위주로 방문 일정을 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여사가 평양 방문 때 전달할 선물로 털목도리와 의료·의약품 등을 준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여사의 첫 방문지인 평양산원(여성 종합병원)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이 여사가 방문한 곳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핵 개발과 무력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방북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 당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6·15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남북관계를 북한이 주도하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15공동선언 15주년과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통해 자신들도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합의를 부각시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비판하고 전환을 촉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내부 정치적 측면에서는 이희호 여사의 이번 방북을 통해 선대의 유지, 유훈을 충실히 계승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 교수는 "북한 매체가 근래 김일성 주석의 전통 계승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김일성이 못다한 '통일'이라는 과제를 이뤄나가는 것으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나아가 실질적으로 이번 만남을 통해 남한 당국에 일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이희호 여사가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이 남측 인사의 방북 소식을 이처럼 발빠르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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