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목요일 밤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판타지멜로 ‘밤을 걷는 선비’(장현주 극본, 이성준 연출/이하 ‘밤선비’) 10회에서는 음모로 진짜 음란서생인 세손 이윤(심창민) 대신 죽은 조양선(이유비)의 아버지 조생(정규수), 이로 인해 여식이자 책쾌인 양선이 노비로 살아가야 되는 운명에 처한 모습이 공개됐다.
당초 수호귀의 운명을 가진 성열은 양선이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관군들에 휩싸여 그를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성열은 각오를 한 듯 “그 아이를 빼내야겠다”고 말했고, 수향(장희진)은 “귀(이수혁) 그자가 가만히 있을까요. 굳이 양선이를 살려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라며 걱정했다. 호진(최태환) 역시 “혹여 함정을 파놓았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수향은 “직접 나서시면 위험합니다. 어떻게 빼낼 방도가 있을 듯하니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향은 한양의 비옥한 땅을 담보로 양선을 꺼내올 수 있었다.
그 시각 양선은 소금 항아리를 깬 대가로 짚 더미를 옮기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몸이 쇠약해져 있어 짚 더미를 옮기던 중 쓰러졌고, 결국 창고로 옮겨졌다. 그러던 중 호진이 노비 문서를 들고 양선을 찾아왔고, 쓰러져있던 양선을 본 호진은 그를 업고 화양각으로 달려갔다. 호진은 “의원에게 데려가는 게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숨만 거의 붙어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양선을 든 성열은 “욕탕과 뜨거운 물을 준비하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직접 양선을 뜨거운 물이 담긴 욕탕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성열은 그 물을 양선의 얼굴에, 그리고 양선의 상처에 묻혔다. 서서히 양선의 상처는 사라져갔다. 양선이 조생의 딸이 아닌 10년 전 죽은 서정도의 딸이자 자신이 피로 구해준 사실을 알게 된 성열은 “난 네가 두렵다. 정인의 목숨을 빌어 사는 내가, 사람도 아닌 내가, 네 곁에서 너를 보고 만지며 사람처럼 살고 싶어질까 봐”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더욱 안타까움을 줬다. 이루어질 수 없는 성열과 양선의 모습은 시청자들도 안쓰럽게 했다.
양선을 깨끗하게 씻긴 성열은 양선을 눕히고 그를 보살폈다. 양선은 성열의 극진한 간호로 서서히 눈을 떴고, 성열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며 “얼굴이 찹니다. 제가 따뜻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리하면 따뜻해질 겁니다”라며 어루만졌다. 이에 성열은 양선의 손을 잡았고, 그윽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성열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양선은 “가지 마십쇼. 그냥 이렇게, 제 옆에 있어주십쇼”라고 말했고, 성열은 양선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열을 바라보던 양선은 “선비님이 매우 좋습니다. 연모합니다”라고 고백을 했고, 성열은 “나도 너를”이라며 양선의 이마와 입술에 입을 맞추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의 입맞춤은 슬펐다. 곧 성열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너와 내가 함께하기란 없다”라며 다시 마음을 바로잡았고, “그 이유는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것이다. 많이 졸릴 텐데 푹 자거라”라고 말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없는 흡혈귀의 운명은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성열은 방을 나와 호진에게 “내일이면 깨어날 것이다. 식솔들에게 알리고 그 때에 맞추며 배 편을 준비해두거라”라고 지시했고, 이에 호진은 “꼭 보내셔야만 합니까? 무식하고 눈치 없는 이 놈 눈에도 보입니다. 나리 목숨을 내어 놓을 만큼 조가를 마음에 두고 계신다는 걸요. 120년을 죽은 사람처럼 사셨습니다. 이젠 좀 행복해 지셔도 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열은 “귀를 없애는 것이 내가 살아야 될 유일한 이유다. 그 일이 끝나고 나면 나도 인간세계에서 사라질 것이다”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내 안타까움을 줬다.
하지만 양선을 향한 성열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양선은 어머니 꽃분(오윤홍)으로 인해 자신이 조생의 진짜 딸이 아니라 서정도의 딸인 사실을 알게 됐다. 꽃분은 역적의 딸인 양선에게 함께 탐라로 떠날 수 없다며 울부짖었고, 이에 양선은 그 말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밖을 나갔다. 이를 알게 된 성열은 양선을 찾아 헤맸고, 벼랑 끝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려던 양선을 낚아채며 거부하려해도 거부할 수 없는 양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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