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가 이틀 만에 77여 명을 넘어섰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가 2013년 사망한 사실이 최근 공식 확인된 이후 부상한 후계자 다툼이 폭력 사태를 촉발하는 양상이다.
10일(현지시간) BBC,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입구에서 이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탈레반이 새 지도자를 옹립한 후 연일 테러를 벌이고 있어 이번 공격 역시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은 지난 7일에도 아프간 카불에서 경찰학교와 나토군 기지 등을 겨냥한 폭탄 테러 3건을 벌여 최소 51명이 살해했으며 8일에도 북부 쿤두즈에서 자폭 테러로 29명을 숨지게 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카불 테러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추구한다”면서도 “이번과 같은 테러 공격은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달 탈레반과 첫 공식 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취임 때부터 평화 협상을 강조해왔으나 이번 테러 직후 강경하게 진압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2차 아프간-탈레반 평화회담은 무기한 연기됐다.
실제로 아프간 국방부가 “아프간 전역에서 8일부터 24시간 동안 소탕작전을 펼쳐 반군 36명을 사살했다”고 9일 발표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의 거센 테러 공세는 새 탈레반 지도자에 오른 물라 아크타르 무하마드 만수르의 취임식에서 예견됐다. 그는 취임 첫 성명에서 “이슬람주의 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정부군 등을 상대로 성전(지하드)을 계속하겠다”고 역설했다.
만수르는 앞서 정부 측과 추진한 평화 회담에서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취임 이후 자신의 지위를 확고하게 하려고 강경하게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 조직 일각에서 만수르가 오마르의 사망을 알면서 2년 동안 그 사실을 숨기고 그의 명의를 빌려 조직을 운영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상대적 친(親) 파키스탄 성향에 불만을 품고 새 지도자를 뽑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만수르에 이어 탈레반 부지도자에 선출된 이가 조직 내 가장 강경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그레임 스미스는 AP통신에 “탈레반이 정치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평화회담은 냉각기를 거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로서는 평화협상에 나설 이가 누구인지 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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