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가 있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행사 개시 1시간 여전이었지만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던 그룹 홍보실 직원들을 물론 호텔 안내와 주차 요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실제로 롯데그룹 한 임원은 기자회견 직전 기자들의 마이크 이동 동선을 연습하자고 직원들을 다독였지만 움직임이 없자 "직원 여러분 긴장하시 마시고 훈련했던 데로 하자"고 말해 기자들에게 실소를 자아냈다.
호텔 밖에서는 지난 10일에 이어 예상됐던 시민단체의 시위가 별 충돌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오전 10시를 넘기면서 기자회견이 열린 2층 그랜드볼룸에는 2000여명의 좌석에 기자들이 가득 찼다. 일본 NHK 방송을 비롯해 외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 대부분의 방송사와 사진기자들까지 300여명이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0시 30분 롯데그룹 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행사장 정리정돈을 목적으로 예상 질문을 받았다. 롯데호텔 상장 여부, 국민 정서 완화 방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 신 총괄회장과의 화해 가능성 등 총 8가지의 질문 가운데 6개 정도로 추려졌고 이 내용은 신 회장에게도 전달됐다.
이날 신 회장은 아침 일찍 롯데호텔 옆 롯데 오피스에 위치한 집무실로 출근한 뒤 도보로 호텔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신동빈 회장의 표정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행사 예정 시간인 11시 정각에 입장한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대체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진행됐다. 신 회장은 입장과 동시에 연이어 두차례에 걸쳐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서툰 한국말로 A4용지 5매 분량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간 신 회장은 미리 받아 본 질문 덕분에 차분히 대답하며 침착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중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당황한 표정으로 “저는 아버님을 많이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과문과 질의응답의 내용은 지금까지 발표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경영과 가족을 분리해 생각하겠다는 신 회장의 발언 속에는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가 담겨 보였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신 회장의 뒷모습을 보고 “최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금의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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