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따른 논란에 다시 한번 깊이 고개 숙였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오전 11시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3일 입국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이어 2번째다.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내부 통신망에 띄운 사과문을 포함하면 이번 분쟁에 대해서만 세 번 사과했다.
이날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항상 함께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롯데에 대해 여러분께서 느끼신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라며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부자간 볼썽사나운 다툼에 경영자가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도의적 반성의 모습부터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두운 표정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 신 회장은 사태 수습 대책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롯데는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추진, 복잡하게 꼬인 순환출자 80% 이상의 연내 해소,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출범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에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같은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측면을 언급해 국민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남겼다.
발표 직후 기자들의 질문도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한 게 아니라 롯데와 기자 간 사전 조율을 통해 정해진 질문만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20분간의 회견을 모두 한국어로 소화했지만 일본식 억양과 발음은 숨기지 못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신 회장은 단상 옆으로 나와 다시 한 번 크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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