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을 앞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제작 티피에스컴퍼니)도 김고은에게는 쉽지 않았을 작품이다. 매 신(scene)마다 와이어를 항상 찼으며 실제 무게의 검을 휘둘러야 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마지막에는 폭발하는 감정을 유지한 채 무술을 펼쳐야 했다.
“기본적으로 무협에 대한 이해가 있는 편이죠. 어린 시절 중국에서 10년 정도 살았기 때문에 친숙한 장르이기도 했고요. ‘동방불패’ ‘와호장룡’ ‘동사서독’ 등 어릴 때부터 즐겨봤죠. ‘협녀’ 완성본을 보니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다 같이 힘들게 액션을 했잖아요. 후반작업을 거쳐 완성도 있는 장면들이 신기했죠.”
‘협녀’는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까지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액션 대작이다.
고려의 권력을 얻기 위해 배신을 택한 야심가 유백(이병헌)은 사형사제지간이었던 월소(전도연)와 풍천(배수빈)을 배신한다. 월소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풍천의 딸 홍이(김고은)를 키워 대의를 위해 복수를 다짐하게 만든다.
듣기만 해도 근육통이 걸릴 것 같았지만 김고은이 힘든 부분은 따로 있었다.
“액션에 감정연기를 더해야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액션만 했다면 한계에 부딪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매 회차마다 감정 연기를 함께 해야 하니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았어요. 좌절할 것만 같았죠. 그래서 무술감독님과 타협점을 찾았어요. 제가 ‘연기가 더 중요한 장면’이라고 고집을 부리면 와이어신 하나 정도 빼주신 거죠(웃음). 스태프들에게는 저랑 신 감독님이랑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있었을 걸요?”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김고은은 스스로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전도연은 액션으로 탈진한 김고은이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이미 스탠바이 상태인 스태프들이 촬영하자고 해도 ‘배우가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기다려라’라고 호통 아닌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장편영화마다 액션을 소화한 김고은은 밝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치즈인더트랩’은 그런 의미에서 선택한 것이죠. 일단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제안을 받았지만 영화 때문에 고사를 했는데 스케줄이 조정이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 제의가 한 번 더 들어왔고요. 이윤정 감독님을 믿고 가기로 했죠. 밝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었어요. 이제 20대 후반이 될텐데, 20대 초반이 갖는 감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만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있다는 거죠. ‘은교’를 21세 때 찍었는데, 다시 ‘은교’를 봐도 딱 그 시기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느껴요. 그게 멜로가 될수도 있겠죠? 나이에 따른 사랑의 방식도 다르다고 생각하니까요. 연기를 통해 좀 더 많은 표현을 해보고 싶어요.”
김고은은 ‘협녀’의 장점에 대해 액션이 아닌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극적인 드라마인데 그게 거북스럽지가 않더라고요. 있을 수 없는 일이 담긴 영화라면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겠죠. 시나리오를 읽는데 감정이 동요가 되더라고요. 그게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김고은의 감정 전달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은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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